나는 사회다

사람마다 애송하는 시가 있습니다. 제가 틈날 때마다 읊조리는 시는 이시영 시인의 시 <나의 나>입니다. 이 시를 읽을 때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이 시는 누군가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얘기하고픈 마음이 들게 해 줍니다. 당신이 모르는 나는 다채롭고 신비로운 그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 전문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여기 앉아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 마
나는 저녁이면 돌아가 단란한 밥상머리에 앉을 수 있는 나일수도 있고,
여름이면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날아가
몇날 며칠을 광포한 모래바람과 싸울 수 있는 나일 수도 있고,
비 내리면 가야산 해인사 뒤쪽 납작 바위에 붙어 앉아
밤새도록 사랑을 나누다가 새벽녘 솔바람 소리 속으로
나 아닌 내가 되어 허청허청 돌아올 수도 있어
여기에 이렇듯 얌전히 앉아 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 마.
이 시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구절은 ‘여기에 앉아 있는 나를 나의 전부로 보지 마’입니다. 시인이 이 구절을 반복적으로 표현한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들이 보기에 나란 사람이 얌전하고,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소심하고 욕망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막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강인하고, 밤새 사랑을 나눌 정도로 로맨틱하고, 거기다 ‘나 아닌 내가 되’는 초월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이 시를 읽으면 괜히 즐거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함부로 재단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 맞서서 소심한 사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내 의견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아 오해를 빚은 적이 있었기에 반갑고 고마운 시이기도 합니다.
마음챙김 명상과 긍정심리를 전하는 덕성여대 김정호 교수는 매회 강의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사회다’라는 말입니다. 사회가 무수한 사람들의 집합이듯이, 나 또한 무수히 다른 나의 집합, 즉 사회라는 것입니다. 이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만을 가지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됩니다. 여러 모습인 ‘나’의 어느 한 부분을 가지고 전체인 양 판단한다면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을 대표하는 일부 중의 일부, 부분 중에 부분일 테니까요.
이 말은 나에게도 적용이 됩니다. 다른 사람이 나의 행동거지를 보고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더라도 개의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습니다. 그 상처는 평생을 가기도 하지요. 그런데 ‘나는 사회’라는 걸 알면 다른 이가 나의 일부를 가지고 뭐라고 해도 괴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나 자신을 비난하고 폄하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나는 좋은 점, 나쁜 점을 두루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의 핸디캡과 콤플렉스를 가지고 나 스스로 비난하는 일은 온당치 못합니다. 콤플렉스조차 나를 구성하는 일부이니까요.
나는 다양한 나로 구성되어 있음을 받아들이세요. 나를 괴롭히는 일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단단해집니다.
나는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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