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사진관
안아주기의 힘
통합인문치유자
2019. 3. 4. 10:40
누군가를 안아준다는 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그림책에서는 슬픈 사람, 투덜되는 사람, 공격적인 사람이 울음을 멈추고 미소짓고 순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안아주는 일은 나와 남이라는 근원적인 경계를 푸는 의식이기 때문일까요.
우리의 삶은 경계를 짓는 삶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경계짓기를 잘 해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하죠. 그러다보니 '나'라고 하는 원 안에 있는 나만을 나라고 생각하고, 원의 바깥은 남이고 두려움입니다. 또 갈등이고 원수로 취급합니다. 원의 밖은 고통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러나 포옹, 안아주기는 이 경계를 허무는 일이고, 상대와 하나 되도록 해주는 행위입니다. 인정하고 수용하는 일입니다. 안아주기의 세계에서는 나와 남을 구분짓는 옳고 그름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사라지는 거죠.
나희덕 시인의 시 < 산속에서>에서 나오는 불빛과 작은 지붕은 안아주기, 포옹입니다. 불빛은 길잃은 나그네의 희망이자 구원인 것처럼 안아주는 일도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한마디로 안기고 안아주는 일은 우리가 빛이 되는 간단한 길인 거죠.
그림책의 주인공 곰처럼 우리도 안아보기를 취미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모든 나그네가 힘을 얻어 자신의 인생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산속에서
ㅡ 나희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