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토론학교

질문 없는 교실은 무덤

통합인문치유자 2017. 11. 5. 15:18


#풍경 하나

지난 20109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의 일입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 연설을 한 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겠다고 말합니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드리고 싶군요. 누구 없나요?”

침묵이 흐르자 오바마가 말합니다.

한국어로 질문하면 아마도 통역이 필요할 겁니다.”

청중이 웃음을 터뜨립니다. 한 기자가 손을 들자 오바마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그는 한국기자가 아니라 중국 기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는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요청드렸어요라고 말하며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합니다. 그러자 중국 기자가 다시 묻습니다.

한국 기자들에게 제가 대신 질문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어떻겠느냐는 겁니다. 오바마는 그건 한국 기자들이 질문하고 싶은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는 아무도 없나요?”라고 두 차례 묻습니다. 침묵이 흐릅니다. 오바마는 난감한 듯 웃고는 결국 질문권을 중국 기자에게 건넵니다.

 

#풍경 둘

지난 223일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는 919세 학생 3429명을 대상으로 언어문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1주일 동안 질문을 3회 이하로 하는 학생이 과반인 58.4%에 달했습니다. 질문을 단 한 번도 안 하는 학생은 16.2%였습니다. 반대로 질문을 10회 이상 하는 학생은 18.3%였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침묵은 더 깊어졌는데, 초등학교 4학년에서 5.6%였던 질문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27.9%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우리는 침묵은 금이라고 배웠습니다. 정말로 침묵은 몇 백 몇 천의 말보다 귀할 때가 많습니다. 침묵이 더 많은 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때입니다.


그런데 배움의 현장인 교실에서는 어떨까요. 선생님과 학생이 침묵을 금처럼 여긴다면? 이럴 땐 침묵이 수업분위기를 무덤(?)으로 만듭니다.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수업이 재미없습니다. 답답하기는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 김기섭토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