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우리는 질문을 안 하는 걸까요, 질문을 못하는 걸까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기자에 질문을 요청했을 때 침묵한 건 세계인에게 침묵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질문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질문이 돌발적인 행동이어서 갑자기 입이 얼어붙을 수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저는 학교에서 질문하는 훈련을 받지 않아서,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의 발표는 이 점을 보여줍니다. 3회 이하로 질문하는 학생이 10명 중 여섯 명이고, 갈수록 질문을 하지 않는 학생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겁니다. 왜 질문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초등학생들은 ‘뭘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와 ‘창피 당할까봐’를 꼽았다는 겁니다. 중학교 2학년이 넘어서면 ‘관심과 흥미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인을 알면 이미 답이 나온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뭘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 질문을 못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수업 앞뒤로 질문 목록을 만드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그리고 ‘좋은 질문’을 학생 스스로 뽑아보도록 하는 거죠.
‘창피 당할까 봐’ 질문 못하는 학생을 위해서는 선생님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어떤 질문이든 다 의미가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질문하는 학생에게 1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상을 주는 겁니다.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선생님에게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10분씩 질문을 준비하고 질문 시간을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질문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선생님도 좋아할 겁니다. 저는 이런 교사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선생님이 아닐까요.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김기섭토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