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사계_영혼을 치유하다
#그림책의사계_영혼을 치유하다
<초코가루를 사러가는 길에>
박지연 지음 | 박지연 그림 | 재능교육 | 2018년

#1
주인공 곰은 안아주기를 좋아한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안아주는 것을 즐겨한다. 심지어 집에 있는 의자, 소파까지도 안아줄 정도다. 어느 날 초코가루가 떨어지자 곰은 초코가루를 사려고 집을 나선다.
가는 도중에 슬픔에 빠진 동물을 만난다. 곰은 조용히 다가가 안아준다. 동물은 처음엔 어리둥절하더니 곧 울음을 그친다. 이어서 곰은 투덜거리는 동물, 난폭한 동물들을 차례대로 만난다. 곰은 방금 전과 똑같이 이들을 꼭 안아준다. 곧 투덜이는 미소를 짓고, 난폭한 동물은 순하게 바뀐다.
동물들을 안아주는 바람에 가게에 늦은 곰은 초코가루를 사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곰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길에서 만난 세 동물들이 초코가루를 들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이들은 초코가루를 타서 정답게 마신다.
#2
포옹을 뜻하는 영어단어 허그(Hug)의 어원은 고대 노르웨이의 Hugga이다. 이 단어는 ‘편안하게 하다’, ‘위안을 주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왜 포옹하면 편안해지는지 이미 알고 있었던 듯하다. 포옹의 효과는 알려진 것만 해도 꽤 많다. 먼저 긴장을 완화시켜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게다가 심장병 예방에도 특효가 있다고 전해진다. 또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 더없이 효과적이다.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면 내 생명이 하루 더 연장된다고도 한다. 이렇듯 허깅의 힘은 신비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심신치유의 효과에 못지않게 허깅의 상징적인 면에 주목한다. 한마디로 안아주기는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기 때문이다. 나와 너라는 근원적인 두려움과 경계의식을 해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림책에서 보듯이 안아주기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나와 남을 나누던 구분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하나로 녹아들어가면서 더 이상 옳고 그름의 경계가 없어진다. 그러니 편안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우리네 삶은 경계를 짓는 일투성이다. 심지어 경계짓기를 잘 해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경계는 울타리이다. 나와 남을 나누는 울타리는 안과 밖으로 나뉘고, 바깥은 무조건 남이 된다. 그런데 내가 잘 모르는 남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또 그 두려움은 불안을 낳고 불안은 갈등을 증폭시킨다. 결과적으로 이 갈등은 긴장감이 흐르는 전선이 되어 나와 너 모두를 고통의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3
우리는 코로나19가 야기한 언택트 시대에 살고 있다. 안아주기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포옹보다는 거리두기를 선호하고, 갈수록 떨어지기를 강도높게 권한다. 거리는 두되, 마음만은 가깝게, 라고 말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 별 효력이 없다. 스킨십은 마음과 몸이 함께 움직여야 교감이 배가되는 법이다.
그렇다면 언택트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 온라인, 랜선 방식이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람이 한쪽 문을 닫으면 또 다른 문을 여는 격이다. IT시대에 훌륭한 대안이고 효과 또한 적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교감의 부족을 호소한다. 충분하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특히 치유의 영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치유의 영역은 대면이 주는 에너지의 교감이 중요하다. 이 변수가 치유의 성공 여부를 가른다. 그런데 현재의 여건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접촉 금지를 강제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대안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안아주는 것. 나를 우울하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에 저항하는 대신 다가가서 안아주는 것이다. 셀프 힐링, 내 스스로 나의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나의 처방전은 그림책과 명상이다. 우선 그림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친절하다. 접근도 쉽고 안전하다. 덤으로 아름다운 그림과 인생을 압축한 시적인 글은 보너스이다. 명상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매순간 나의 경험과 함께 하며 깨어있는 삶으로 나를 초대한다. 그림책은 안아주고 명상은 깨어있도록 하고. 그림책과 명상의 결합은 자기돌봄, 자기치유로 가는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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