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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과 질병

통합인문치유자 2018. 2. 5. 15:54

지난해 돌아가신 안양 어머니 간병에 이어 아이들의 외할머니인 구례 어머니가 입원하는 바람에  또다시 간병에 돌입합니다. 갑자기 화상을 당한 데다 식사를 못하여 거동을 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은 뒤부터입니다. 어머니는 순천을 거쳐 진주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상태는 썩 좋지 않습니다. 

간병인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여간 고단하지 않습니다. 잠자리도 불편한 데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새벽에 간호사들이 기척도 없이 들이닥치는 경험을 여러 번 겪다보면 잠이 싹 달아나 버려 하루종일 멍한 상태로 있기 일쑤입니다.

오늘도 새벽에 잠이 깨어 바깥 소파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한 생각이 오롯이 찾아 들었습니다. 나이듦과 질병은 무슨 관계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둘의 공통점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바라지도 않는데 어김없이 찾아와 곤혹스럽게 한다는 거죠. 또  나이듦은 질병을 낳고 질병은 사람을 더 늙게 만든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붓다가 말한 원증회고와 닮아 있습니다. 즉 원망하고 미워하는 사람과 만날 수밖에 없는 고통 말입니다.  

어쩌면 나이든다는 건 원치 않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거 아닐까요. 부정한다 한들 벗어날 방법이 달리 없기  때문입니다. 또 저항할수록 고통이 더 큽니다.

그렇다면 이 놈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처음 드는 생각은 친하게 지내는 겁니다. 이른바 화친 전략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를  그렇구나 하고 인정하는 겁니다.

둘째는 예방하는 겁니다. 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질병이 오는 속도를 가능한 줄여보는 거죠.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평안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겁니다. 진지하게, 그리고 요령있게.

나이 듦과 질병은 죽은 자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 문제는 온전히 산 자의 몫입니다. 우리의 또다른 인생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