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에 부르는 희망의 찬가
코로나시대에 부르는 희망의 찬가
-영화 <미나리>를 보고

영화 <미나리>의 인기가 거세다. 이미 미국 유수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최근 아카데미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특히 우리나라 배우가 오스카 후보에 오른 일은 한국영화사에 기록될만한 경사다.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 지난주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 이주 한국인 가족의 고난과 이를 극복하는 드라마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감별사로 일하던 한 가족이 우리나라 강원도 오지쯤 되는 아칸소로 이주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광활한 가든을 만들고 싶다는 부푼 꿈을 안고서 황무지를 찾은 이들 가족 앞에 뭐하나 제대로인 게 하나도 없다. 집은 컨테이너를 개조한 가건물이고, 가든을 만들려는 땅은 잡풀만 잔뜩 우거져 있다. 설상가상 가든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가장인 남편의 꿈일 뿐 아내의 동의조차 얻지 못한 채 겉돈다. 부부는 이곳에서도 병아리감별사 일을 시작하고 집에 남겨진 아이들이 걱정된 나머지 한국에 있는 외할머니를 불러들인다.
이들 가족을 괴롭히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물줄기를 찾고 땅을 갈고 한국의 채소 씨앗을 구해야 했다. 또 지하수가 부족하자 수돗물을 끌어다 쓰는 바람에 식수가 끊기는 곤란한 처지에 몰린다. 그 바람에 수도세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고. 어느 정도 농사의 결실이 나오자 이제는 판매처가 배신을 때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에서 온 외할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심장병을 앓는 아이의 치료차 도시로 나간 사이 애써 가꾼 채소 보관 창고가 불타면서 최악을 맞는다.
영화 <미나리>는 잘 만들어진 영화에 속한다. 저예산 독립영화치고는 스토리 구성과 장면전환,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매력적이다. 또 가족의 행복을 위한 부부의 서로 다른 생각이 갈등을 빚고 거기에 농삿일을 시작하면서 부닥치는 갖가지 사건들이 극의 긴장감을 부추긴다. 또 심장병을 앓는 어린 아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들 가족의 시한폭탄으로 영화 내내 마음을 졸이게 한다. 또한 관록 있는 배우 윤여정의 감초 연기는 영화를 보는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간간이 할머니와 손자 간의 세대와 문화 차이로 웃지 못할 헤프닝은 극의 긴장감을 해소시켜 준다. 냄새나는 할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은 손자가 물 대신 오줌을 가져다주는 장면 에서는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이들 가족으로 대표되는 이주 한인의 고된 삶과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미나리의 생명력에 투영시킨 점이다. 이러한 은유적 장치는 인류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이 영화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심심하고 밋밋하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일 먼저 머리를 스친 것은 이건 뭐지, 하는 의아함이었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미국인들은 어떤 점을 보고 찬사를 보냈을까, 하는 의구심이 불연듯 떠올랐다. 이렇다할 감동 포인트도 없고, 눈물을 쏟게 하는 진한 가족애도 없었다. 미국이 무대라는 점을 빼고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이야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내 관심을 끈 것이 있다면 이들 가족이 당초 계획대로 가든을 만드는데 성공할 것인가였다. 영화는 그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가능성만을 보여준다. 비록 영화에서 가든 만들기는 실패로 끝나지만 이들 가족의 열망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준다. 어느 땅에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의 생명력에 부여한 의미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 미나리는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희망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영화 <미나리>의 가족과 우리네 삶은 닮은꼴이다. 행복을 좇아 우리 또한 수많은 가든을 세우고 이를 이루려 고군분투하지 않는가. 잘 되리란 보장은 없지만 계획을 세우는 일은 멈추지 않으니까. 그런데 알고 있는가. 목표를 세우는 순간 걸림돌이 나타난다는 것을. 해야 할 일이 쌓이고 앞을 가로막는 문제들이 생긴다는 것을. 그리고 뜻하지 않은 복병이 등장한다는 것을. 그런 점에서 인생은 문제와의 싸움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중 누군가는 문제에 맞서 당당히 이겨내기도 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문제에 져서 주저앉아 버리기도 할 것이다.
인생이 그러하다면 필요한 건 뭘까. 영화 <미나리>는 답을 준다. 어디서나 뿌리를 내리는 미나리의 꿋꿋함과 유연함을 닮아보라고. 코로나로 인해 피로도가 점점 높아지는 이때, 우리 또한 미나리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영화_미나리
#2021마인드풀드로잉
#김기섭_포노아트
#Mindful_Drawing
#명상인류를위하여
#그림책명상학교
#MBHT인문치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