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힘
자기돌봄에세이
보이지 않는 힘

만트라 명상은 영험이 있는 문구나 구절을 반복적으로 외우는 명상이다. 이 명상은 문구가 가진 힘을 믿고 외우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만트라(mantra)는 산스크리트어로 만(man)은 마음을 뜻하고, 트라(tra)는 그릇을 의미한다. 따라서 만트라는 마음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내가 즐겨 쓴 만트라는 All is well이었다. 우리말로 ‘다 잘 될 거야’쯤 될 것이다. 나는 이 만트라를 SNS에 짧은 글을 쓰거나 사진을 포스팅할 때 해시태그로 사용했고, 틈날 때마다 읊조렸다. 당연히 명상을 할 때 만트라 명상을 거르지 않았다. 내심 만트라의 효험을 기대하면서.
지난해에는 논문 발표에 이어 심사로 바쁜 한해를 보냈다. 살아오면서 만트라 명상을 가장 많이 한 해일 것이다. 몇 년째 해오던 대학교 강의도 내려놓고 대부분의 시간을 논문 쓰는데 쏟아 부었다. 자연히 에너지 소모도 많고 마음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 차 마치 쓰레기통처럼 들끓었다. 논문 쓰는 것을 포기하고픈 마음이 요동칠 때는 여러 날 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런 날은 글 한 줄 쓰기가 어려웠다.
그 때마다 All is well이란 말을 꺼내 들었다. 입버릇처럼 외워서인지, 아니면 간절한 마음이 통해서인지 이 만트라를 내뱉은 순간은 늘 현재로 돌아왔다. 쉴 새 없이 몰아치던 폭픙우가 금세 가라앉았다. 마치 도돌이표처럼 이 만트라를 외우는 전후로 불안과 걱정이 평온함으로 바뀌었다.
불안한 마음을 덜어내던 나만의 이 처방 덕분인지 무사히 논문심사를 통과하고 졸업을 했다. 딱히 만트라 덕분이라고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큰 신세를 진 것 같은 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수시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휴식을 취할 때마다 All is well, 다 잘 될 거야를 무심히, 또는 의도적으로 외쳤으니까.
돌이켜 보면 만트라 명상을 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닌 듯하다. 10여년 전, 그때는 만트라라는 말의 의미조차 정확히 알지 못할 때였으니 효험을 염두해 두지는 않았을 테지만 비슷한 작업을 한 것 같다. 그때 내가 자주 쓰던 문구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었다. 솔직히 이 문구를 언제부터 애용했고, 이 문구가 어떻게 나를 찾아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만트라는, 모든 일은 내가 행동하기에 따라 상황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었다. 그래서 이 문구를 외우면 일이 술술 풀리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하여 누구를 만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항상 이 주문을 외웠다. 이때도 일이 순조롭게 풀려 나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의 바람이 파장에너지로 나를 감싸고 원하는 에너지를 끌어 모으는데 도움을 주었던 덕택일까.
살다 보면 보이지 않는 힘을 믿든 믿지 않든 간에 뜻하지 않게 일이 술술 풀릴 때가 있다. 그때 당시는 모르더라도 뒤늦게 그 힘을 실감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운이 좋다거나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돌아보건대, 나는 비교적 굴곡 없는 순탄한 삶을 살아왔다. 인생에서 이렇다 할 큰 사고가 많지 않았다. 건강을 해친 적도, 재산을 잃은 적도 없고, 신용을 잃을 정도로 명예가 추락한 적도 없었다. 아들과 딸 모두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고. 아내는 명예퇴직하여 조금씩 원하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 또 나는 나대로 필요한 공부다 싶으면 대학원 원서를 제출하는 것을 머뭇거리지 않았고, 그 공부를 계기로 또 다른 학업을 계속 할 수 있었다. 비록 풍족한 살림살이는 아니었지만 자유롭게 살아왔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나 혼자 잘 해서 그리 되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젓게 된다. 도와주는 이들이 늘 옆에 있었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설사 지지까지는 보내지 않더라도 방해하거나 막아서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에게는 수호천사가 참 많았던 것이다. 그럴수록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구나 하는 마음을 갖는다. 이 힘이 신일 수도 우주일 수도, 이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질서, 순리일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면 감사할 일이 참 많다.
독일의 그림책 작가 유타 바우어가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할아버지와 천사>에는 할아버지를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나온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손자에게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 보면 난 정말 멋진 인생을 살았단다. 가끔은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적도 있었지만, 난 정말 운이 좋았단다.”
할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천사의 보호를 받았다. 전쟁터에 나간 할아버지를 구조해주었고 어려운 일을 당하면 힘을 보태주었다. 또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즐거워해주고.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늘 자신 곁에 천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독자는 안다. 천사가 없었다면 할아버지의 삶도 없었으리라는 것을. 이 그림책은 우리에게도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나에게도 혹시,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건 왠지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무탈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천사 또는 그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 같지 않은가. 천사를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만약 내 수호천사를 만난다면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네 덕분에 인생을 만지고 맛볼 수 있게 되었어, 라고.
올해는 아직 만트라를 정하지 못했다. 작년처럼 절실한 목표가 없어서 그러할 테지만, 새로 정한다면 이런 뜻을 담고 싶다.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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