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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퍼스 하이(Helper’s High)

통합인문치유자 2018. 2. 15. 21:11

저는 한 때 미쳤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몇 년간 마라톤에 빠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는 어떻게 하면 기록을 당길 것인가, 어느 대회에 출전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매주 호수공원을 몇 바퀴씩이나 돌고, 주중에도 아침에 동네 조깅 코스를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그래서 몇 번의 마라톤대회에서 완주하는 뿌듯한 체험을 가졌습니다. 

가족은 마라톤에 미친 나를 보고 마라톤 중독을 염려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저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헷갈렸습니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게 마라톤입니다.

마라톤을 해본 분은 아시겠지만 장거리를 달릴 때마다 황홀경을 맛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저의 경우는 15킬로미터 전후로 황홀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이때는 달린다기보다는 하늘을 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겁니다. 구름 위롤 가볍게 건너뛰는 듯했으니까요. 얼굴에는 미소와 행복한 기운이 감돌고 그 간의 고통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곤 했습니다. 신기한 현상입니다.

이것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른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마라톤을 오랜 시간 하면 호르몬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끼게 된다는 걸 말이지요. 심리학자 멘델의 논문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다른 말로는 엑서사이즈 하이(exercise high)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맛에 마라톤을 끊을 수 없다고 합니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주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을 이르는 말입니다. 마라톤의 러너스 하이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대신 헬퍼스 하이는 달리기가 아니라 사랑을 실천할 때에 나타납니다.

최근에 발표된 앨런 룩스의 연구를 보면, 도움을 베푼 사람들의 50%는 매우 기분이 좋았고, 43%는 활기와 에너지를 느꼈으며, 15%는 통증과 고통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헬퍼스 하이는 행복 호르몬이 정상치의 3배까지 올라가고, 혈압 및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불면증과 만성 통증에도 탁월한 치료가 나타나며, 장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 마찬가지입니다. 하버드대 의료진의 연구에 의하면, 자원봉사를 한 학생들과 슈바이처 영화를 본 학생들의 면역력 수치가 일제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주는 사랑’을 보기만 해도 우리의 마음이 행복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헬퍼스 하이를 ‘슈바이처 효과’라고도 부릅니다. 참고로 슈바이처는 당시에는 놀라운 나이인 91세까지 살았습니다.

불교 용어 중에 자리이타(自利利他)란 말이 있습니다. 남을 돕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 된다는 뜻입니다. 크게 보면 헬퍼스 하이입니다. 오래된 지혜와 현대 의학이 이렇게 만나니 놀라울 뿐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내일은 설날입니다. 이 참에 다짐해봅니다. 러너스 하이에서 헬퍼스 하이로 갈아타 보자고 말이지요. 내가 행복할 때 다른 이도 행복할 수 있고,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할 때 내가 행복해지는 진리를 실천해보는 겁니다.

과학을 믿어 보려고 합니다. 오래된 지혜를 경험해보려고 합니다. 저를 실험 마루타로 써 보려고 합니다. 잘 될까요. 개봉박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