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학교에서 그림책읽기

곰씨의 스트레스 해소법

통합인문치유자 2021. 8. 2. 19:25

인생학교에서 그림책 읽기 / 곰씨의 의자

곰씨의 스트레스 해소법


우리는 종종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앞에 둔 이에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조언을 한다. 그 조언이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는 개인마다 다르겠으나 정작 실행에 옮기는 것은 무척 어렵다. 즐긴다는 경지가 웬만한 구도심을 갖지 않고서는 힘든 까닭이다.
그런데 이 말 앞에 생략된 말이 있다는 걸 아는가. 그것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이다. 가능하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의미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 비로소 즐기면서 하라는 얘기다.
이를 스트레스에 적용해보면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되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에는 스트레스와 친하게 지내라는 뜻일 것이다. 모든 질병의 80% 이상이 스트레스로 인한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그림책 <곰씨의 의자> 사례는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하다.
곰씨는 꽃들이 만발한 초원 한 가운데 있는 의자에서 차를 마시고 시를 읽고 음악을 듣는 것을 즐겨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탐험가 토끼, 무용가 토끼가 찾아오자, 곰씨는 이들에게 자신이 아끼는 의자를 선뜻 내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이들이 결혼하여 여러 차례 새끼를 낳으면서 곰씨의 소박한 행복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난다.
어린 토끼들은 불청객이 되어 곰씨의 일상을 헝클어놓는다. 곰씨가 즐겨 앉은 의자를 독차지할 뿐 아니라 시를 읽고 차 마시고 음악을 듣던 소소하고 행복한 곰씨의 일상을 방해한다. 이런 불편한 일이 계속되자 곰씨는 토끼 가족에게 호소하려 하지만 차마 마음이 약해 말을 꺼내지 못한다.
대신 곰씨는 의자를 되찾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의자에 드러눕기, 자신만의 의자 새로 만들기. 토끼들이 앉지 못하도록 의자에 페인트칠하기 등등 자신만의 온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심지어 커다란 돌멩이를 의자 한 가운데 놓아보기도 하지만 그만 자신의 발을 찍는 바람에 실패한다. 마지막으로 곰씨가 시도한 방법은 조금 지저분하다. 토끼들을 몰아내려고 의자에 똥을 싸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다. 어두운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내리며 수포로 돌아간다. 모든 시도가 물거품이 되자 곰씨는 하늘을 원망하며 절규한다.
“말도 안 돼! 날보고 더 이상 어쩌란 말이야.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난 세상에 다시없는 친절한 곰이라고.”
비를 너무 맞은 곰씨는 풀썩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는다. 이를 본 토끼가족은 놀라서, 왜 곰씨가 쓰러졌는지 영문도 모른 채 정성껏 간호한다. 며칠 뒤 의식을 되찾은 곰씨. 그동안 참았던 속내를 작심한 듯 털어놓는다.  
“저는 여러분이 좋아요. 하지만 그동안 저는 마음이 힘들었어요. 물론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은 소중해요.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요. 저는 조용히 책을 읽고, 명상할 시간이 필요해요. 앞으로 제 코가 빨개지면 혼자 있고 싶다는 뜻이니 다른 시간에 찾아와 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제 꽃을 살살 다뤄주세요…….”
곰씨의 부탁이 통했는지, 그 후 곰씨는 토끼 가족을 만나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꽃 사이를 걸으며 여유롭고 느긋하게 책을 읽는다.
곰씨 이야기를 들으며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가. 곰씨가 어리석다고 느낄 수도 있고, 곰씨가 그토록 원하던 일상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다행이다, 하는 마음도 들 것이다. 좀 회의적인 사람은 곰씨의 소확행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지 의구심도 가질 법하다.
곰씨의 스트레스 해소방식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쌓아두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자 폭발하는 방식이었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이 방식은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걱정과 불안이 쌓이고 이를 밖으로 배출하지 않으면 그 에너지는 자신을 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신체화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즉 몸과 마음이 아프게 된다. 더 곤란한 일은 스트레스가 오래가면 언젠가는 한순간에 폭발하게 된다는 자명한 사실이다. 이 폭발은 자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관계마저 서먹서먹하게 만들고 심하면 파탄에 이르게 한다.  
스트레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지만, 관리는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스트레스원과 직접 맞닥뜨리거나 주변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을 권한다. 주변의 자원이란 자신의 스트레스를 마음 편히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과 그 대상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게 걱정거리를 쏟아내면 속이 뻥 뚫리는 걸 경험하지 않던가. 그런데 곰씨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몰랐거나, 이렇게 해보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혼자서 이 스트레스를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대폭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현실과 다투지 않는 것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운전할 때 아무런 경고 없이 끼어드는 차량을 만나기 마련이다. 끼어들기가 없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어디 그러한가. 사실 우리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끼어들기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화를 낸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화를 낸다는 것만큼 어이없고 비생산적인 것도 없다. 달라지는 것도 없고, 기분만 더 나빠진다.
하여 언제부턴가 나는 생각을 바꿨다. 끼어드는 차량의 운전자에게 화를 내는 대신에 그들을 이해하기로 했다. 급하게 운전할 일이 있는 모양이군, 또는 아직 운전이 서툴러서 아무렇지 않게 끼어드는군,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을 바꾸니 화낼 일이 없어졌다. 끼어들기는 내가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것에 대해 반응하는 것은 나의 선택이고 몫이라고 생각하자 여유 있게 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미국 심리학의 문을 연 윌리엄 제임스는 오래 전에 말했다.
“우리 세대의 발견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마음의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해도 우리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 수 있다. 좀 더 상대를 이해하려는 자세로 넉넉한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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