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으로 온전히 삶을 펼치는 시간
열린 마음으로 온전히 삶을 펼치는 시간
ㅡ7월 방구석그림책 모임

지난 7월 31일 7월 방구석그림책 모임을 가졌다. 여섯 분이 한두 권의 그림책을 가지고 오셨다. 가지고 오신 그림책마다 다 사연이 달랐다. 이 사연들을 듣는 일은 그림책을 못지않게 깊은 울림을 준다. 좋아하는 그림책, 자신을 위로하는 그림책, 깨달음을 선사한 그림책 등등 저마다 다른 그림책은 세 시간의 모임을 풍성한 감동의 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달고 맛있는 과일을 맛볼 때처럼 깊이 음미하는 시간 속에서 가슴은 기쁨으로 벅찼다.
한 달에 열여덟 번 병원을 다녔던 남편, 그런 남편을 떠올리며 참고 견뎌야 했던 어려움을 털어놓은 한 선생님은 그로 인해 지금 현재 인문학과 그림책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길을 밟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제는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며, 그림책 <세상에서 제일 힘쎈 수탉>를 읽어주셨다.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낸 늙은 수탉을 위로하는 암탉의 심정으로, 이제는 남편을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나이가 들면 몸도 나이를 먹기 마련이다. 하여 전에 없던 신체적 증상이 느껴지면 겁부터 덜컥 난다. 이렇듯 달라지는 사소한 몸의 변화에 민감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저항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임을 터득한 한 선생님은 나이가 들었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보기 좋게 따돌리는 영자 씨를 그려낸 그림책 <천하무적 영자 씨>를 소개해주셨다. 나이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새삼 새기며 몸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일깨워주었다.
그림책 <벤자민의 생일은 365일>은 하루하루가 선물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책을 소개한 선생님은 지치고 힘들 때 위안을 준 책이라며, 깨어있는 마음으로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판단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매일 선물을 받는 날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마음챙김, 알아차림이란 말이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우리가 현존할 수 있다면 경이롭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고양이를 화자를 내세운 그림책 <너의 정원>은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교감을 정감 있게 다룬 철학 그림책이었다. 소유론적인 삶이 아닌 존재론적인 삶에서 만나는 관계, 그 관계가 빚어내는 교감의 세계를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 그림책을 가지고 온 선생님은 시절인연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점에서 이 모임에 오신 분들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그림책을 통해 각자에게 서로의 정원이 되어줄 수 있을 테니까. 진정,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림책 <눈을 감아보렴>은 동생과 형이 같은 것을 두고 다르게 표현한다. 이 때문에 서로 동의할 수 없는 의견 차이를 보인다. 그 이유는 형이 시각장애인인 까닭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보는 걸 절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위치에서 보면 다르게 보이고, 다른 진실을 만나게 된다. 사실, 절대적 진실이란 있을 수 없다. 이런 오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관점을 내려놓고 상대의 관점에 서 볼 필요가 있다. 상대가 시각장애인 형이라면 눈을 감는 일이 될 터이다.
그림책 <작은집 이야기>은 작은 집의 주위 환경이 수십 년 도시화 과정 속에서 옹색하게 변화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계절을 잃어버리고 달도 별도 보지 못하며 허둥지둥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적 삶이 그려진다. 그림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데이지 꽃이 피고 달밤에 춤추는 사과나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가져온 선생님은 작은 집의 변화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겹쳐서 보여주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외에도 이번 7월 방구석그림책에서는 <무무씨의 달그네> <오, 미자> <누가 잃어버린 걸까> <내안에 내가 있다> 등의 그림책이 간략히 소개되었다.
그림책은 우리가 잊고 있는, 또는 잃어버린 삶을 담은 거울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림책이 보여주는 삶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림책을 나누며 때때로 박수를 치고 놀라워하고, 감격스러워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표현했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 공감은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해되었다. 그러한 열망은 새로운 그림책을 알게 된 걸 기뻐하고, 전에 알던 그림책을 다시금 발견하는 감동으로 이어졌다.
어느 분은 이 날 모임을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고백한다. 아마도, 그림책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스러운 마음이 꽃을 피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열린 마음으로 온전히 삶을 펼치는 시간. 셀프 힐링을 위한 방구석그림책은 그렇게 진화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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