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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통합인문치유자 2018. 3. 5. 14:44

'오캄(Au calme)', '라곰(LAGOM)', 휘게(Hygge). 이 낯선 단어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뭘까요. 최근에 관심을 끄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인 소확행의 나라별 버전입니다.
 
‘한적한’의 뜻을 가진 '오캄(Au calme)'은 현실을 즐겨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평온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프랑스인의 생활 방식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현실에서 벗어나 집 앞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조용히 시간 보내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스웨덴인들의 삶의 철학을 나타내는 '라곰(LAGOM)'은 '너무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의 의미입니다. 집을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허브를 기르며 공간을 소박하게 채우는 것을 이릅니다.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 휘게(Hygge)는 정서적인 편안함과 안정감에 중점을 둔 덴마크인의 삶의 방식입니다.

선진국에선 이미 소확행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순간순간 느끼는 작은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소확행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그는 수필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표현을 썼는데요, 1970~80년대 버블 경제 붕괴로 경제가 침체하며 힘들게 지낸 경험을 토대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심리를 담았습니다. 

미국 브루클린에서는 '100m 마이크로 산책(Micro Walks)'이 유행입니다. 매일 공간의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마이크로 산책은 말 그대로 '현미경 탐험'입니다. 100m 공간에서 생겨나는 작은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1년 365일 카메라에 담는 겁니다. 하룻밤 만에 잎을 두 개 창조해 낸 클로버, 새 둥지 위에 드리워진 흙더미, 바닥에 뒹구는 해바라기 씨앗 등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관찰하며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겁니다. 

저의 소확행은 매일 주말 아침 호수공원을 산책하는 겁니다. 매주 같은 코스를 다니지만 만나는 풍경은 매번 다릅니다. 갈 때마다 그 다름이 새롭습니다.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이며 커가는 나무, 호수의 색깔을 보는 일은 즐거움입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 찍는 기쁨이 제법 큽니다. 나들이가 따로 없습니다. 

소확행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회적 담론을 도외시한 채 사소한 일상사에 매몰되는 건 아닌가하고요.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개인의 정서적 안정과 치유를 위한 작은 시도로 소확행을 보면 어떨까요. 그럴만한 자유, 그럴만한 행복은 방해받지 않고 누릴 수 있다고 봅니다.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시시각각 자연의 변화를 목격하는 건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풍광이지만 이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는 세월을, 인생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때때로 호수공원이 방출하는 에너지와 하나가 되면 마음이 부드러워지기도 합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합니다. 그대의 소확행은 무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