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 필요해-명상인류를 위하여

불행한 사람들이 놓치는 것

통합인문치유자 2021. 9. 16. 16:28

#수행이필요해

불행한 사람들이 놓치는 것


사람마다 좋아하는 시인이 한 둘은 있으리라. 요즘 내가 찾아 읽는 시인은 황인숙 시인이다. 그의 시는 톡톡 튀는 매력이 일품이다. 뒤통수를 한 때 후려갈기기도 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 우리가 흘려보내는 것에 딱 멈춰서 이걸 놓쳤어요, 하고 부드럽게 일러준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를 시인들도 좋아한다고 한다.
황인숙의 시 ‘산오름’은 최근에 읽은 시 중에서 가장 울림이 컸다. 그 시를 옮겨본다.


산오름 / 황인숙
친구와 북한산 자락을 오른다
나는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걷고
친구는 느릿느릿
그의 기척이 이내 아득하다
나는 친구에게 돌아가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기를 몇 번, 기어이 친구가 화를 낸다
산엘 왔으면, 나무도 보고 돌도 보고
풀도 보고 구름도 보면서 걷는 법이지
걸어치우려 드느냐고
아하!
친구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걸으려는데
어느 새 획획 산을 오르게 되는 나다
땀을 뚝뚝 흘리며 바위에 앉아 내려다보면
멀리서 친구가 느릿느릿 올라온다
나무도 데리고 돌도 데리고
풀도 데리고 구름도 데리고


친구에게 돌아가 걸음을 재촉하는 시인의 모습에서 웃음이 픽, 나왔다. 주구장창 목적지만을 향해 올인하며 사는 것이 우리네 삶과 판박이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주위를 돌아보는 건 사치이고, 뭔가를 해치우고 보자는 습성이 단단히 몸에 붙어버린 우리가 아니던가. 그러니 나무도 돌도 풀도 구름도 보지 못할 수밖에.  
시인은 친구의 말을 빌려, 제대로 살지 못하는 우리의 맹점을 조롱하듯이 질책한다. 아하, 그래 맞아, 하며 이렇게 살면 안 되지 하면서도, 곧 잊어버리고 자동적인 패턴을 되풀이하는 우리네 삶을 견책하는 것이다. 조금 깨어 있는 사람이라면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테지만, 딱하게도 그럴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도 많은 게 문제다.
나에게 산에 가자는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내가 천천히 산에 오르더라도 탓하지 말라. 그리고 이해하시라. '나무도 데리고 돌도 데리고 구름도 데리고 가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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