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기는 치유의 시작
나는 그림책 <초코가루를 사러가는 길에>를 무척 좋아한다. 이 책은 포옹이 지닌 치유의 힘을 잘 보여준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주인공 곰은 안아주기를 즐겨한다. 대상도 가리지 않는다. 집에 있는 의자, 소파까지 안아준다. 어느 날 곰은 초코가루가 떨어지자 이를 사려고 집을 나선다. 가는 도중에 슬픔에 빠진 동물들을 만난다. 곰은 이들에게 다가가 특유의 포옹을 해준다. 동물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다가 곧 익숙해져서 울음을 그친다. 곰은 투덜거리는 동물, 난폭한 동물들을 차례대로 만나지만 부드럽게 이들을 안아준다. 그러자 투덜이는 미소를 짓고, 난폭한 동물은 순하게 바뀐다.
포옹을 뜻하는 영어단어 허그(Hug)의 어원은 고대 노르웨이의 Hugga라고 한다. 이 단어는 ‘편안하게 하다’, ‘위안을 주다’ 라는 뜻이다. 옛사람들은 포옹하면 편안해진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던 것이다.
포옹이 주는 치유적 효과는 꽤 많다. 먼저 긴장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 심장병 예방과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을 치료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누군가가 따뜻하게 안아주면 생명이 하루 더 연장된다는 말 역시 포옹의 힘이 얼마나 크고 신비한지를 보여준다. 이렇듯 포옹의 심신치유 효과는 은은하면서도 놀랍다.
나는 포옹이 갖는 상징적인 면에도 관심이 많다. 포옹, 즉 안아주기는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무는 데 도움을 준다. 나와 너라는 근원적인 두려움과 경계의식을 해제시킨다. 그림책에서 보았듯이 안아주기는 나와 남을 나누던 구분을 사라지게 하고 순식간에 하나로 녹아들게 한다. 이 순간 옳고 그름의 경계는 증발되고 만다.
그렇지만 우리네 현실은 경계를 짓는 일투성이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구분짓기, 나누기를 잘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경계는 울타리이다. 나와 남을 나누는 울타리는 안과 밖을 나누게 되고 바깥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조건 타자가 된다. 여기에 인류의 비극이 숨어 있다. 내가 잘 모르는 타자는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두려움은 불안을 낳고 불안은 갈등을 증폭시킨다. 결과적으로 이 갈등은 긴장감 흐르는 전선이 되어 우리를 싸움터로 내몬다. 이로 인해 우리는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인간과 자연의 다툼과 갈등 문제는 다 여기에서 기인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는 언택트 사회에 살고 있다. 언택트 사회는 거리는 두되, 마음만은 가깝게, 살라고 강제한다.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시대적 요청을 거부할 수 없기에, 우리는 포옹을 할 수 없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간다. 가뜩이나 구분짓고 사는데 지친 우리를 더 힘들게 한다.
최근 백신 접종률이 70%을 넘으면서 ‘위드 코로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위드 코로나가 되면 사회적 거리는 전보다 줄어들지는 모르겠으되 예전만큼 마음이 가까워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진정한 교감은 마음과 몸이 함께 움직일 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이 아프면 약을 먹인다. 그래도 계속 울면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아이를 안아준다. 치유의 영역에서 안아주기는 우리가 가진 치유에너지를 교감하는 장이다.
우리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을 잃었다. 이제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서로를 안아주는 일이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을 친절하게 안아주고, 포옹이 필요한 이웃은 기꺼이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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