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인문치유자 2022. 1. 13. 21:55


오래 전 인도에 뱀에 물린 사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이름 높은 치료사가 있었다. 그 치료사 이웃에 조금 덜떨어진 코추라만이라는 젊은이가 살았다. 그는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치료사를 늘 부러워한 나머지, 하루는 비밀 만트라를 전수받으려는 마음으로 이웃집 치료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코추라만은 가난하여 변변한 선물을 할 수가 없어, 집에 있는 호박 두 개를 달랑 가지고 가 치료사에게 내밀며 뱀에 물린 상처를 치료하는 만트라를 배우고 싶다고 청했다.

대가를 받지 않고 치료해주던 치료사는 퉁명스럽게 “하지만, 왜 빗디, 쿠쉬만담이지?” 하고 물었다. 인도의 방언으로 ‘빗디’는 ‘멍청이’이고 ‘쿠쉬만담’은 ‘호박’이라는 뜻이다. 코추라만은 치료사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는 비밀 만트라로 여기고 집으로 돌아와, 6음절로 된 이 만트라를 60만 번 암송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뱀독을 치료하는 치료사가 되었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뱀에게 물린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언제든 달려가 환자를 치료했다. 그의 만트라 치료법은 종종 효과가 있어 환자들이 그를 찾아왔고 명성도 얻었다.

어느 날, 왕이 뱀에 물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수많은 뱀독 치료사들이 왕을 치료하러 궁궐로 모여 들었고, 당연히 이웃집 치료사도 그 속에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왕을 낫게 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요청으로 코추라만이 호명되었고, 그는 죽어가는 왕의 마지막 희망이 되었다.

코추라만은 왕이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걸 알고 쌀죽을 준비하라고 일렀다. 그런 다음 물 한 그릇을 달라 하여 그 위에 만트라를 108번 암송하고는 왕의 얼굴에 그 물을 뿌렸다. 그가 하는 걸 지켜보던 다른 치료사들은 코추라만의 해괴한 치료법을 엉터리라고 비난하며 수군덕거렸다. 그런데 곧 왕이 눈을 떴고, 다시 만트라를 암송하고 물을 뿌리자 왕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세 번째 물을 뿌리자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더니 코추라만이 예언하대로 죽 한 그릇을 달라고 하여 맛있게 먹었다.

완전히 기력을 되찾은 왕은 코추라만에게 금화와 비단을 내리고, 왕실 악단과 근위대에게 명하여 그를 가마에 태워 집까지 모셔 가도록 했다. 많은 치료사들이 가마 뒤를 따랐고, 이웃집 치료사도 그 행렬 속에 끼여 있었다.

코추라만은 이웃집 치료사를 발견하자 왕이 준 선물을 바치며 다 스승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스승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는 그대에게 어떤 조언도, 축복도 해준 기억이 없네”라고 하면서, 오히려 왕을 살린 주문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코추라만은 자신이 아는 만트라는 하나밖에 없다며 스승의 귀에 대고 자신의 주문을 속삭였다.

“빗디 쿠쉬만담(멍청아, 호박이야)”

이 이야기는 류시화 시인이 엮은 인도우화집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에 나오는 우화 중 하나이다. 때론 우직하고 순수한 믿음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만트라(mantra)는 산크리스트어로 만(man)은 마음을, 트라(tra)는 돌봐주다, 또는 도구를 뜻하는 말이다. 마음을 보호하는 마음도구로서 주문을 의미하며 다른 말로는 진언(眞言)이라고 한다. 신비한 힘이 깃든 발음, 음절, 낱말 또는 구절로 된 만트라를 외우면 영적 파동을 끌어당기는 자석, 또는 그것을 집중시키는 렌즈와 같은 구실을 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만트라를 활용한 명상은 언제 어디서나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만트라는 코추라만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반복하면 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한다. 방법은 세 가지인데 하나는 입으로 직접 소리를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마음속으로 반복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큰소리를 반복해 읊조리다가, 속삭이듯 하다가, 마음속으로 암송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방법보다는 만트라에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가급적 한 번 선택한 만트라는 바꾸지 않아야 하며,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할 때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나는 해마다 일 년 단위로 만트라를 바꾸어 수행해왔다. 재작년의 만트라 문구는 다 잘 될거야, 라는 뜻의 ‘All is well’이었고, 작년엔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이었다. 이 문구를 하루에도 여러 번 되뇌었고, 매 순간 자각하는 차원에서 내가 쓰는 글, 올리는 사진마다 해시태그 다는 걸 잊지 않았다. 그 덕택인지는 몰라도 매해 일이 순조롭게 풀렸던 것 같다.

임인년 새해는 어떤 문구로 만트라를 정할까를 궁리하다가, 우연히 자기연민명상의 권위자인 크리스토퍼 거머의 책을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문구를 발견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 문구를 만트라로 정했다. ‘이 순간, 이 멋진 순간’이 그것이다. 온 마음으로 내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맞이하고픈 바람이 이 문구를 만나자 확 마음이 동했던 모양이다. 올해 매 순간 멋진 기적을 고대하면서 이 만트라를 우직하고 순수하게 믿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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