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 필요해-명상인류를 위하여

시간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통합인문치유자 2022. 2. 10. 09:33

#수행이필요해


“벌써 2월 중순이야?!”
아들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소리친다.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한 달이 금세 지나간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게 놀랍고 아쉽다는 뜻일 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슬쩍 삐져나왔다.
“내 나이 되어 봐라. 화살이 아니라 미사일이다.”
이제 30대로 접어든 아들은 30대에 맞는 속도로, 50대인 나는 50대에 맞는 속도로 시간이 흐른다고 해야 할까. 시간에 대한 체감온도가 나이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걸 새삼 알게 된다.

생각해보면 임인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 한 달이 어떻게 갔는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속절없이 흐르는 게 시간이라지만 특별히 뭐 한 것도 없는데 이리 빨리 흘러가버리니 잠깐 사이에 한숨이 폭 쉬어진다.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거야’ 하고 투덜거려봤자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자꾸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시간을 이길 장사는 없다고 나름 자위해보지만 개운치는 않다.

우리는 늘 시간이 부족한 채 살아간다. 특히 나만의 시간, 즉 ‘내 시간’이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곤 한다. 회사일 하느라, 가족 돌보느라, 각종 모임에 불려 다니느라 이리저리 시간을 쓰다보면 정작 내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내 시간을 마련할까 아이디어를 짜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타임 푸어` 신세를 졸업하기엔 아예 글러먹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서구에서 마음챙김 명상의 문의 연 존 카밧진 박사의 표현대로라면 이런 우리네 삶은 행위양식(doing mode)에 중독돼 있다. 갈수록 시간은 없어지고 대신 해야 할 일은 태산 같이 많아진다. 그래서 모처럼 휴식을 취하는 중에도 무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감옥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존 카밧진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양식은 삶 전체를 기계적으로 굴러가는 자동화모드로 만들고, 우리의 생각과 느낌, 감각뿐 아니라 타인 또는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도 자동기계처럼 만들어버린다고 말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심리학자 대니얼 사이먼스의 실험이다. 실험 참가자가 걸어가는 행인을 붙잡고 길을 묻게 한 뒤, 행인이 길을 알려주는 동안 커다란 문짝을 든 두 사람이 이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도록 했다. 커다란 문짝으로 인해 길을 알려주는 행인의 시야가 잠시 가려지는 동안 처음에 길을 물었던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바꿨다. 새로 교체된 사람은 처음에 길을 묻던 사람과 완전히 다른 머리 스타일에다 옷 색깔도 다르고 목소리조차 사뭇 달랐다. 그런데도 질문을 받은 행인들 절반 가량은 질문하는 사람이 교체되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 실험은 우리가 현실에 발붙이며 살아가고 있지만 온전히 순간순간에 머물지 못하고 습관화된 패턴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존 카밧진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존재양식(being mode)을 강조한다. 존재양식이란 행위양식과는 달리 너무 많이 생각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습관에서 한 걸음 비켜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되도록 있는 그대로 보고 경험하며 우리의 감각과 온전히 접촉하고 가슴과 마음을 평온하게 하여 외부와 내면의 균형을 발견하도록 돕는 삶이다. 자동으로 조종당하며 피동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능동적인 삶이고, 생각에 갇혀 있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또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에 불안해하기보다는 현재에 온전히 존재하며 충만해지는 삶이다.

얼마 전 입적한 틱낫한 스님은 책을 통해 행위양식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준다. 한마디로 마음챙김적으로 시간을 활용해보라는 조언이다. 예를 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미팅이라면 마음을 다해 참여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또한 내 시간으로 삼아 온전히 마음을 써보라는 것이다. 의무적이 됐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해야 할 일이라면 인상 쓰는 대신 그 일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고 즐겁고 의미 있는 일로 바꾸어 보라는 충고이다. 다시 말해 현존의 삶을 살면서 기쁨을 만끽해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나를 위한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유롭고 풍요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 시간과 다투는 대신 온전히 시간 속에 머물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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