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당신은 긍정적인 사람인가, 부정적인 사람인가. 이렇게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흔히 긍정적이다, 라고 하면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다.
긍정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긍정은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인정하고 괴로우면 괴롭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라고 자신을 다그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정반대로 살아간다.
열등감, 콤플렉스를 대하는 반응과 태도가 좋은 예이다. 열등감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이를 해결하려고 몇 배 더 일하고 자기계발에 몰두한다. 그렇게 기울인 노력 덕분에 열등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 결과 불만이 생기고 화가 나서 사람 탓, 환경 탓을 하며 외부로 화살을 겨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를 탓하며 자기비난, 자기혐오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남 탓, 자기 탓을 한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남 탓을 실컷 해보라, 세상이 달라지던가. 내 탓을 지겹게 해보라, 내 처지가 바뀌는가. 오히려 더 우울해지고 자존감만 떨어지는 걸 경험했을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태도가 진짜 긍정의 삶을 사는 것이다. 당신의 부족한 자질, 당신이 처한 상황과 다투기보다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다.
그림책 작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가 주목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그림책《조금 부족해도 괜찮아》에서 그녀는 한참 모자란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부족한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애정을 가지고 다른 점을 찾아보라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어떤 이야기인지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곧 무너질 듯한 집에 다섯 친구들이 살고 있다. 첫 번째 친구는 배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두 번째 친구는 몸이 꼬깃꼬깃 주름져 있다. 세 번째 친구는 몸이 물렁물렁하여 힘이 없어 늘 피곤하다. 네 번째 친구는 머리를 아래로 향한 채 거꾸로 자세로 살아가고 다섯 번째 친구는 팔다리가 짧고 찌그러진 공처럼 생겼다. 이들 다섯 친구는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딱히 없어 보인다.
어느 날 낯선 친구가 이들을 찾아온다. 이 친구는 다섯 친구와 비할 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얼굴도 잘 생긴 데다 늘씬하고 옷차림도 완벽에 가깝다. 완벽한 친구는 다섯 친구가 마땅히 하는 일도 없이 놀며 지내자 “맙소사!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있어! 무엇이든 할 일을 생각해내야지!”라며 다그친다. 친구들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자 “너희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쏘아붙인다.
다섯 친구는 곧 풀이 죽지만 자신들의 부족함이 다른 면에선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배에 큰 구멍이 뚫린 첫 번째 친구는 화가 나도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화낼 일이 없고, 몸에 주름이 많은 두 번째 친구는 주름 사이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고 털어놓는다. 세 번째 물렁 친구는 쉽게 잠이 들 수 있어 좋고, 네 번째 거꾸로 친구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다섯 째 친구는 모든 걸 망쳐버리긴 해도 가끔 어쩌다 뭔가 해낼 땐 기쁘다고 얘기한다.
말을 마친 다섯 친구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밖으로 나간다. 혼자 남은 완벽한 친구는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젖는다.

불행하게도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완벽한 기준은 존재한다. 이 기준에 자극받아 분발하면 좋겠지만 반대로 움츠러들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림책 속 다섯 친구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장점으로 바꿀 줄 안다. 그리고 그런 소박한 태도를 즐기며 서로를 격려한다.
미국에서 자애명상프로그램을 개발한 크리스틴 네프는 말한다. “자기비난은 당신이 좋은 사람인지를 따지는 반면 자기자비는 무엇이 당신에게 좋은지를 따진다.” 오늘도 힘들게 하루를 보낸 당신의 문 앞에 이 말을 살짝 내려놓는다.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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