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 필요해-명상인류를 위하여

마음이 헛헛하다면 그림책을 읽자

통합인문치유자 2022. 7. 14. 10:59


얼마 전 우리나라의 이수지 작가가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거 아시죠? 이 상은 평생 동안 아동문학 분야에서 헌신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유명합니다. 이번 수상은 이수지 작가의 개인으로서도 영예로운 일이지만, 국가적으로도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그림책 수준을 세계가 인정해주었다는 뜻도 담겨 있으니까요. 사실,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 중에서 뛰어난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 상을 계기로 더 많은 낭보가 이어져서 K-그림책 시대가 도래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최근에 부쩍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작가들이 어른을 위한 그림책 시장에 뛰어들면서 다양하고 수준 높은 그림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그림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비중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그림책을 구매하는 사람 가운데 열 명 중 네 명이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여성이라는 겁니다. 보통 그림책은 자녀들을 위해 부모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아닌 거죠.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그림책을 구입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서적 치유를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그림책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작품입니다. 그림책은 ‘아름다운 글과 그림의 결혼’이란 말처럼 멀리 미술관, 전시장을 찾지 않더라도 손쉽게 만날 수 있지요. 인생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시적인 줄글과 아름답고 화려하고, 또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는 환상적인 그림은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고 치유에 이르도록 도와줍니다.

그림책은 인생에서 세 번 읽는다고 합니다. 언제 언제일까요? 제일 먼저 어렸을 때 그림책을 접합니다. 유아에게 인생의 첫 책이 바로 그림책입니다. 두 번째는 결혼하여 자녀에게 읽어줄 때입니다. 아마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이때 그림책과 가장 친근하게 만나게 됩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처음 만났습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며 아이들보다 제가 더 짜릿한 경험을 많이 했죠.

마지막 세 번째는 나이가 들어서, 즉 시니어가 되어 그림책을 접하게 됩니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에게 읽어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본인 자신의 힐링을 위해 그림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그림책 속에는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림책에서 삶의 중요한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겁니다.

욕심을 낸다면 저는 앞의 세 시기에 더해 한 시기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본래의 자기를 찾고자 하는 중년의 시기에 그림책을 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중년들에게 그림책은 과거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깊은 이완과 휴식, 그리고 마음의 위로를 주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자각과 각성의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강좌 중에 <그림책치유글쓰기>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자신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짧은 글로 표현합니다. 그림책이 매개가 되어 자신의 상처와 미해결과제를 알아차리고 해소하게 됩니다. 중년의 고단한 시기를 건너는 분들이 참 좋아합니다.

그림책을 읽는 행위에는 지금의 내 모습을 확인하게 해주고, 감정의 정화와 통찰을 경험하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런 경험은 많은 이들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그 수혜자 중 한사람입니다. 그림책은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제 삶을 제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주었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먹고 살고, 마음이 아픈 이들과 웃고 눈물 흘리며 그들을 도우며 살고 있으니까요. 마음이 헛헛하다면 그림책을 읽어보세요. 그림책이 진실한 친구가 되어줄 겁니다. 

#김기섭의수행이필요해
#이수지_크리스티안안데르센상
#참새방앗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