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아저씨’가 주는 선물

김경희 작가가 글과 그림을 그린 《괜찮아 아저씨》는 참 괜찮은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읽는 동안 히죽히죽 웃게 만드는 유머코드가 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발상이 독특하지요. 여기에다 무한 긍정이라는 주제가 심각하지 않게 조리되어 신선하고 따뜻하고 맛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괜찮아 아저씨는 머리숱이 거의 없습니다. 머리카락 열 개가 아슬아슬 위험하게 달려 있지요. 동물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아저씨는 그때마다 머리카락이 하나둘 빠집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만하지만 아저씨는 그럴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남아 있는 머리카락으로 가르마를 타고 묶고 구불구불 볶는 등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맵시 있게 꾸밉니다. 그리곤 매번 ‘오, 괜찮은 걸’ 이란 말을 빼놓지 않지요.
이윽고 아저씨 머리카락이 한 올도 남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벌어진 사태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어김없이 ‘오 괜찮은 걸’을 외치지요. 심지어 깜짝 놀랄만한 기지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민머리 위에 아름다운 꽃화환을 얹으며 바보처럼 환하게 웃습니다.
아저씨의 무한 긍정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입니다. 상상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아저씨의 태도가 무척 놀랍고 신기했지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는 의구심이 마음 한자락에 깔려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저씨의 발상이 재미는 있지만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요.
생각해보세요,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다니. 이런 사람과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참 곤혹스러울 겁니다. 답답해서 속 터져 죽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겠지요. 안 그렇겠어요? 괜찮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고민 없이 괜찮다며 웃음 짓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인 거지요.
그런데 저의 이런 무지몽매함을 깨우쳐준 분이 있습니다. 그림책치유글쓰기 수업에서 그림책 읽기를 마치자 한 참여자가 이런 소감을 남긴 겁니다. “괜찮아 아저씨 같은 사람을 친구로 두면 참 좋겠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인생 살기가 더 안전하고 자유로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그 분이 어떤 배경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짐작이 갔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우리 주변엔 자기식대로 함부로 평가하고 재단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사사건건 부정적인 걸 먼저 떠올리고 매사 비관적인 말을 내뱉는 사람들을 보면 염려가 됩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완고한 옮고 그름의 잣대는 종종 숨막히게 하지요.
이런 배려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옳든 그르든,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수용하는 괜찮아 아저씨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귀하게 느껴집니다. 자신에게 관대한 만큼 다른 이들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명상 수련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신경질내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고,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덕분이지요. 이렇게 받아들일수록 저는 저대로 평화롭고 상대 또한 그렇게 보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내게 좋은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습관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판단하려는 마음 알아차리기, 자신을 자책하지 않기, 그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그림책 《괜찮은 아저씨》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요? ‘오 괜찮은 걸.’ 오늘도 아저씨를 흉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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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난대신자기자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