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 필요해-명상인류를 위하여

그 모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통합인문치유자 2022. 10. 28. 09:01



그림책 작가 존 클라센는 ‘모자 이야기’를 세 편 썼습니다. 하나같이 완성도가 높습니다. 간결하고 단순한 모자 시리즈를 통해 우리들이 겪는 고민과 삶을 어루만지는 솜씨가 탁월합니다. 그 덕분에 유아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읽히며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지요. 저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제가 존 클라센을 좋아하는 이유는 잔잔한 유머와 생각거리를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은 모자를 둘러싼 등장인물 간의 헤프닝을 담고 있지만 그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주제의식을 던져줍니다. 오늘 소개하는 모자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모자를 보았어』도 예외가 아닙니다. 모자 1, 2편에 이어 욕망과 관계를 다룹니다.

어느 날 두 마리 거북이가 사막 한 가운데에서 모자를 발견합니다. 두 거북은 근사한 모자를 번갈아 써 보며 만족한 표정을 짓습니다. 문제는 거북은 둘인데 모자는 하나라는 겁니다. 결국 둘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처음 모자를 발견했을 때 ‘모자는 하나, 우리는 둘’인데 ‘하나만 모자를 가지면 하나는 마음이 안 좋을 테니, 모자를 그냥 놔두고 못 본 걸로 하자’고 결정을 내린 것이지요. 그렇지만 자꾸 모자가 눈에 밟히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녁이 되자, 한 거북이 흘깃 모자를 훔쳐봅니다. 그리고는 친구 거북이 자는 걸 확인하고 모자가 있는 곳으로 조심스레 다가갑니다. 그 때, 다른 거북이 자면서 꿈을 꾸는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꿈속에서 내게 모자가 있어. 나에게 어울리는 모자가 있어. 너도 거기 있어. 꿈속에 있어. 너에게 어울리는 모자가 있어.”

모자 쪽으로 다가가던 거북이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춥니다.
“우리 둘 다 모자가 있다고?”
거북은 잠자는 거북 친구를 돌아봅니다. 발걸음을 돌려 잠자는 친구 옆으로 걸어갑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잠을 청합니다. 꿈속에서 두 거북은 모자를 만납니다. 그들의 머리 위에 가지런히 사이좋게 모자가 얹어 있습니다.

모자는 하나인데, 모자를 원하는 거북은 둘인 상황. 한쪽이 양보하면 간단하게 끝날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곤란합니다. 아이를 키울 때 한두 번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겁니다. 하나의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아우성치는 모습을 말이지요. 이때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었나요?

사람마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법이 존재할 겁니다. 그림책의 결말처럼 모자를 포기할 수도 있고, 사이좋게 번갈아 나눠 쓰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또 파출소에다가 모자를 신고할 수도 있고, 최악의 가정이지만 모자를 잘라 반반 나눠 갖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요.

거북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첫 번째입니다. 친구를 잃느니 차라리 모자를 포기하는 쪽을 택합니다. 물질 중심, 욕구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지요. 두 거북은 관계 중심의 삶이 더 옳다고 본 걸까요? 여러분은 거북이들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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