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대회 심사위원의 고민
몇 달 전입니다. 정부의 한 단체에서 주최하는 토론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토론 심사 때마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토론대회 참가자들이 준비한 성의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심사위원이 되면 심사평가 준비 모임에 꼭 참석합니다. 평가기준과 심사기준을 맞춰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의문이 나면 그 자리에서 묻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기준은 고치고 적절하지 않은 문구는 다듬습니다.
이렇게 준비하고 토론대회장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걸림돌이 있습니다. 다른 심사위원과 의견을 조정하는 일입니다. 쉽게 의견이 일치되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의 모 대회에서 이 일로 애를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함께 한 심사위원과 심사결과가 달랐던 겁니다. 어느 팀이 우세했느냐를 두고 한 시간 가량 토론을 벌였습니다. 심사기준을 토대로 찬반 토론자들의 논리, 표현력, 자세 등을 따졌습니다. 그렇게 하여 다음 라운드에 올라갈 팀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찬반 양 팀의 실력이 비슷하여 일어난 일입니다.
이렇듯 토론대회 심사는 어렵고 힘듭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참여한 대회에서는 쉽게 끝났습니다. 실력 차이가 난 데다 심사기준을 꼼꼼히 챙긴 덕분이었습니다.
토론 심사가 힘들긴 하지만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찬반으로 나눠 겨루는 모습은 흥미진진합니다. 주장과 논리가 팽팽하게 맞부딪칠 때는 불꽃이 튀기도 합니다. 2400여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말로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부끄럽다.”이 날 토론자들은 이 말을 실천했습니다. 말로서 자신을 넘어 비전까지 보여주었으니까요.
대회 본선은 토너먼트로 진행됩니다. 지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러다보니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합니다. 어떤 팀은 자신들이 준비한 걸 100퍼센트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런 팀만 있는 건 아니죠. 자신들의 실력을 반도 보여주지 못해 탈락하는 팀도 생깁니다. 그들만큼이나 바라보는 심사위원도 속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