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가을이 오면 김민기가 부른 〈가을 편지〉를 읊조리게 된다.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노래다.

요즘 사람들에게 편지라는 말은 분명 아날로그적으로 느껴질 테다. 하지만 나에게 편지는 정성스레 마음을 눌러 담은, 여전히 가슴 한구석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정감과 온기를 품은 메신저다.

가을의 서정에 젖어드는 이즈음, 우연히 그림책 『사랑한다는 말』이 나에게 다가왔다.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어느 날 고슴도치는 길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친구에게
나는 너는 나의 기쁨이고 빛이야.
남들은 모르는 희망이고 포근한 밤이야.
(---)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는 알고 있니?

편지를 읽은 고슴도치는 자신에게 온 거라고 당연히 생각한다.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고, 존재 자체를 기쁨으로 여겨준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한껏 부드러워진다. 늘 쉽게 짜증을 내던 고슴도치는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진다.

우연히 같은 편지를 접한 토끼는 고슴도치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라고 믿는다. 토끼 역시 전보다 더 친절해진다. 마지막으로 편지를 주은 건 다람쥐.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던 다람쥐는 편지를 읽고 편안함을 느낀다.

사랑의 편지는 이렇듯 세 친구의 마음과 일상을 바꾸어놓는다.

그런데 나중에 뜻밖의 사실이 밝혀진다. 그 편지는 세 친구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생쥐가 달에게 쓴 편지였다. 가는 길에 편지를 떨어뜨렸고, 고슴도치와 토끼와 다람쥐가 차례로 주워 자신에게 온 편지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편지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은 잠시 실망한다. 하지만 편지를 받았다고 믿는 동안 일어난 변화마저 사라진 건 아니었다. 고슴도치는 기분이 좋아졌고, 토끼는 친절해지고 싶었으며, 다람쥐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세 친구의 마음은 하나같이 한 곳에 닿았다.

“나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사랑은 받는 순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다정한 말을 들은 사람은 자신도 그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고 싶어한다. 그렇게 사랑은 한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누군가의 마음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떠오른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 깃들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라.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달랠 수 있다면,
그의 고통을 덜어준다면,
지친 새 한 마리 둥지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라.

시인은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주고, 지친 새 한 마리가 둥지로 돌아가도록 도울 수 있다면 삶은 헛되지 않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전한 다정한 말 한마디도 그런 것이 아닐까.
괜찮냐고 묻는 말, 보고 싶었다는 안부, 고맙다는 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그 한마디가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살아갈 작은 힘이 되어줄 때가 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내 마음을 알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면서도 표현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쑥스럽다는 이유로, 다음에 말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속에 오래 묻어두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은 표현될 때 비로소 상대에게 가닿는다. 그때야 사랑은 실체가 된다. 그러니 이 가을에는 마음속에 맴도는 다정함을 밖으로 꺼내보자. 편지를 써도 좋고, 따뜻한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해도 좋다. 짧은 메시지 하나도 괜찮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당신이 있어 참 다행이라고.

[작은 명상]
오늘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은 한 사람을 떠올려본다.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말을
짧게라도 건네본다.
사랑은 마음에 있을 때도 따뜻하지만,
전해질 때 더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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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마음이 쉽니다.
#가을편지
#당신이있어참다행이야
#그림책마음챙김
#낭독과명상

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아침에 텃밭을 다녀온 뒤 집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산책했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농구장으로 향했다. 바닥에 그려진 무늬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붉은색과 초록색, 흰색이 닳고 벗겨져 마치 추상화 한 점을 펼쳐놓은 것 같다. 갈라진 흰 선도, 얼룩진 바닥도 오늘은 모두 그림이다.

이제는 농구장으로도, 배드민턴장으로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공간. 그래서 이런 작품이 만들어진 걸까. 아니면 세월의 공로일까.

눈비가 오는 날이면 종종 찾던 곳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새롭게 보인다. 오래 닳고 벗겨진 흔적들이 이토록 멋진 무늬를 만들다니. 그 한가운데 노란 잎 하나가 내려앉아 있다.
그마저 그림의 일부 같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도
아름다움은 남는다. 한동안 바라보다 사진을 남긴다.

#기쁨글쓰기 #기쁨에깨어있기
#우리곁의감동
#명상인류

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
누군가를 업어 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에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

— 박서영, 〈업어준다는 것〉 중에서

아침에 모닝커피를 마시는 일은 나의 즐거운 기쁨 중 하나다. 그때마다 시나 짧은 글을 소리 내어 읽곤 한다.

오늘은 명상글쓰기 심화과정에 올릴 ‘영혼을 깨우는 시’를 준비하다가 박서영 시인의 〈업어준다는 것〉을 만났다.

업어준다는 단순한 행위가 이토록 깊은 사랑의 행위일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좋은 시가 대개 그러하듯 우리네  차가운 마음을 따뜻하게 녹인다.  미처 알지 못했던 것, 잊고 지냈던 것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좋은 시를 읽는다는 건 어쩌면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착하게 살아가게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기쁨은 늘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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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곁의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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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과명상
#명상인류로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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