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야기도 이런 문법을 자연스럽게 따른다. 영웅신화를 보자. 이런 저런 이유로 버려지거나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이 갖은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호머의 이야기- 오딧세우스-는 귀향 플롯을 대표한다. 오딧세우스는 트로이전쟁을 위해 출전하지만 수다한 모험과 방황 끝에 집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인생도 따지고 보면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돌아갈 원점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원점이 주는 휴식만큼 꿀맛 같은 기쁨은 없을 테니까.
그림책 <곰과 피아노>는 숲속에서 피아노를 발견한 한 마리의 곰이 부단한 연습을 거쳐 피아노연주자가 된다. 어느날 우연히 사람의 눈에 띄여 곰은 도시로 가고, 유명한 연주자로 성공한다. 그러나 뭔가 가슴 내부에서 끌어당기는 힘을 느끼고 다시 숲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숲속 친구들이 자신을 반길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숲속 곰들은 돌아온 곰을 환영한다. 비에 맞지 않도록 피아노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또 도시에서 활약한 곰의 기사를 스크랩해놓고. 곰은 자신의 활약상을 이야기하고는 가장 소중한 관객 앞에서 연주를 한다. 이 연주는 도시에서 해온 연주와는 감정의 깊이가 다를 것이다. 이 이야기도 숲-도시-숲으로 회귀하는 스토리구조이다. 곰이 돌아간 원점은 바로 고향이다.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향에서 묻히는 일이 다반사인 세상에 살고 있다. 어떤 이는 딱히 고향 개념도 없이 산다. 고향을 얘기하는 게 디지털 세상에서 가당키나 하냐고 묻는 이도 있을 테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왠지 든든해 보인다. 아마 그곳엔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어서일 것이다. 자신을 배신자로 낙인찍지 않고 넓은 마음으로 수용한 넉넉한 곰들의 모습은 우리가 잃어버린 낙원이 아닐까. 이해와 관용이 숨쉬는 낙원 ㅡ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낙원 같은 사람이 되어주면 어떨까. 마음 놓고 자유롭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해준다면. 세상은 더 이상의 패배자도, 신경질환자도 사라질 것이다. 대신 좀더 생기있고 윤기나는 곳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림책마음챙김#곰과피아노#김기섭#한양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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