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ㅡ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어제 그림책마음챙김에서 함께 읽은 시입니다. 미카엘 엔데의 <모모>를 보면 모모는 치유자입니다. 모모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남들과 다른 게 있다면 잘 듣는다는 겁니다. 모모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온마음을 다해 들어줍니다. 그것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치유가 일어납니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은 대담하게, 낙담한 사람은 희망을 갖게 됩니다.

경청은 힘이 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꽃을 피웁니다. 생명을 탄생시킵니다. 모모처럼 우리도 경청의 힘을 느껴볼까요. 가까운 사람이 웃는 얼굴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겁니다.


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우리는 살아 있는 
모든 순간에 잘 살아야 한다. 
디오게네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 그에게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을 때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내가 달리기를 하고 있는데 
결승점에 다가간다고 달리기를 
멈추어야 할까?"
- 고병권의《철학자와 하녀》중에서 - 

웰빙은 잘 존재한다, 잘 지낸다는 뜻입니다. 잘 먹어서 잘 벌어서 잘 되어서 웰빙이 아닙니다. 매순간 자기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할 때 웰빙인 거지요.

어떻게 하면 잘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건 지금 현재를 사는 겁니다. 과거에 미래에 사는 게 아니라 오로지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알아차리는 겁니다.

저는 눈을 자주 감습니다. 강의를 들을 때 운전할 때 대화를 나눌 때 눈을 감습니다. 이때가 저의 웰빙 시간입니다. 지금 내가 뭘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눈을 감아보세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평정심을 얻게 됩니다. 웰빙의 시작점입니다.

#그림책명상 #마할라프로젝트 #그림책마음챙김 #웰빙#눈감기#5분마음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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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사람마다 영화를 보며 감동하는 포인트가 다를 겁니다. 살아온 배경이 다르니 당연한 노릇이겠죠. 저는 어제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같은 영화를 두 번 보고 똑같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 겁니다. 며칠 사이를 두고  영화 <그린북>를 봤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장면에서 눈물이 흘러내린 겁니다.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해도 어제와 같은 경험은 남달랐습니다. 

영화는 두 남자가 펼치는 로드무비입니다. 거칠고 무식한 허풍쟁이인 백인 남자 떠벌이 토니와 엘리트코스를 받은 바른생활 사나이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가 주인공입니다. 토니는 흑인을 싫어하지만 실직하는 바람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돈 셜리의 남부 연주여행에 동행합니다. 운전사로 취직한 겁니다.

서로 맞지 않은 두 사람, 예상한대로 티격태격 다투며 사사건건 충돌합니다. 시대배경이 흑백차별이 심한 1960년대 미국이어서,  셜리는 남부로 내려갈수록 구타를 당하고 모멸과 차별에 시달립니다. 그때마다 토니는 그만의 방식으로 셜리를 돕습니다. 이러한 수습과정을 거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스며듭니다. 토니는 셜리의 정체성 혼란을 차츰 이해하면서 차별에 맞서 해결사노릇을 하고, 셜리는 아내에게 보내는 토니의 편지를 로맨틱하게 고쳐줍니다. 다투면서도 우정과 신뢰를 쌓아갑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8주간의 연주여행이 끝납니다. 토니가 자신의 집에 가자고 초대하지만 셜리는 거부합니다. 두 사람은 멋쩍게 헤어집니다.

오랜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토니, 그러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가족도 없이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낼 셜리를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진 겁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뜻밖의 사람이 찾아옵니다. 셜리가 삼페인을 손에 들고 서 있었던 겁니다. 토니는 놀란 표정을 짓는 가족들에게 셜리를 소개합니다. 토니의 아내 돌로레스도 반깁니다.  셜리는 그녀에게 남편을 빌려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합니다. 그러자 돌로레스가 셜리를 포옹하며 이렇게 속삭입니다. "남편의 편지를 고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정이 담긴 셜리의 감사인사도 가슴을 뭉쿨하게 하지만 더 감동적인 건 셜리가 편지를 고쳐주었다는 걸 알면서도 고마움을 표하는 돌로레스의 태도입니다. 돌로레스는 토니의 편지를 받고 눈시울을 적시곤 했으니까요. 제가 눈물을 쏟은 장면이 이 대목입니다. 돌로레스의 속깊은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그녀는 남편이 감정표현이 서툴다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 속아줍니다. 셜리가 고쳐주었다는 걸 알면서도 편지를 읽으며 감동합니다. 일종의 반전이죠. 믿어주고 수용하고, 때로는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엔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일까요. 깊은 이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을 얼마나 깊이 이해할까요. 

<그린북>은 두 남자를 치유합니다. 그리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킵니다. 기억에 오래 남을 영화입니다. 참고로 그린북은 흑백차별이 심한 남부지역에서 유색인이 묵을 수 있는 식당과 숙소를 표기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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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의 라틴어 어원은 나누다, 공유하다, 공통점을 찾다, 입니다. 한마디로 생각과 감정, 신념 등을 잘 나누는 사람은 소통을 잘한다는 얘기입니다. 반대로 잘 나누지 못하는 사람은 불통의 사람이 되는 거겠죠. 

그림책마음챙김 7번째 시즌 첫 그림책인 <섬>의  사람들은 불통의 사람들입니다. 나누려 하기보다는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벽을 쌓아 올립니다. 그것도 거대한 철옹성을 말이죠. 외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원인입니다만, 섬사람들은 이것이 지나쳐 단절, 고립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게 연결돼 있고 상호의존적인 자연생태계에서 단절과 고립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멸절에 이르는 길이죠. 

인간의 세계도 이 자연의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유야 어떻든 소통이 없는 세계는 수용을 거부하고 배타적이 되며, 배척의 희생물을 만듭니다. 그리고 지독하리만치 차가운 독재의 길을 걷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노출을 꺼리고, 열린 태도로 나눔을 하지 않으면 불행하게 됩니다. 자기 식으로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게 되면서 눈이 멀게 되고 바보의 벽을 쌓아갑니다. 자연히 사실과 멀어지고 진실을 왜곡하게 되죠. 더 높은 성을 쌓게 되고 섬처럼 남겨집니다. 비극과 고통의 문을 열어제치는 거죠.

해결방법은 뭘까요. 어제 함께 읽은 오세영 시인의 <눈>에서 대답을 찾아보았습니다. 하얗게 아래로 아래로 내리는 눈처럼, 자신을 낮추고 차별을 두지 않고 공평하게 남과 더불어 물소리를 만들어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다른 이와 구별되게 벽을 쌓는 게 아니라 서로 넘나들 수 있도록 낮추는 삶이라면 사랑도 소통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림책 <섬>은 우리 모습입니다. 이념과 코드, 진보와 보수로 편가르며 무한대의 성을 쌓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불편한 책입니다. 그러나 소통이 안 돼 고통받는 우리의 일상을 성찰하게 하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소통의 부재, 나눔의 부재가 가져오는 비극을 미리 보여줍니다. 우리의 경험, 신념이 벽이 되지 않도록 하라.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알아차림이 필요해 보입니다.

눈 / 오세영

순결한 자만이
자신을 낮출 수 있다
자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남을 받아들인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가장 낮은 곳에 설 때
사랑을 안다

살얼음 에는 겨울
추위에 지친 인간은 제각기 자신만의
귀가길을 서두르는데
왜 눈은 하얗게 하얗게
내려야만 하는가

하얗게 하얗게 혼신의 힘을 기울여
바닥을 향해 투신하는 눈
눈은 낮은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녹을 줄을 안다

나와 남이 한데 어울려
졸졸졸 흐르는 겨울 물소리
언 마음이 녹은 자만이
사랑을 안다

 
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그림책마음챙김 여섯번째 시즌 마지막을 장식할 책은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입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 롤프 옌센의 드림소사이어티가 떠오릅니다. 소프트웨어, 즉 꿈, 감성이 미래사회를 주도할 거란 옌센의 주장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여름과 가을 내내 곡식을 모으는 현실적인 들쥐의 삶과 달리 프레드릭은 햇살을 모으고 색깔, 이야기를 모읍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삶을 사는 거죠. 일상적 삶에서 보면 프레드릭이 하는 일은 베짱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놀고 먹는 일이니까요. 땀을 흘리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하지만 겨울이 와, 모은 양식이 다 떨어졌을 때 프레드릭이 애써 모은 햇살, 색깔, 이야기는 귀한 양식이 됩니다. 빛을 발합니다. 문화적인 힘을 보여줍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는 말을 웅변적으로 보여줍니다.

놀라운 건 들쥐 사회입니다. 그들은 자신들과 다른 프레드릭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루저로 보거나 놈팽이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문화의 세기를 말하면서도 여전히 의식은 하향평준화를 못 면하는 우리와는 다릅니다. 더 문화적이랄까요.

이러한 문화적 토양에서만 프레드릭이 살아갑니다. 문화가 꽃핍니다. 그렇다고 들쥐와 같은 삶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균형과 조화 속에서 문화의식이 고양됩니다. 들쥐, 프레드릭 모두 필요합니다.

프레드릭의 작업은 미래의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미래의 밥이기도 하죠. 프레데릭에서 우리의 미래를 탐색해보면 어떨까요?

내일 뵙겠습니다. 조심히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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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책을 통해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남편의 언행 이면에 숨어 있는 갈등과 심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35쪽)

<책읽기를 통한 치유>의 저자 이영애씨의 고백이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요즘에 관심이 가는 주제는 책읽기의 치유적 기제이다. 그 책이란 나에게 그림책이지만, 알다시피 그림책은 등장인물과의 동일시를 통해 오래 묵혀온 자신의 감정, 잘못된 신념과 만나는 창구이다. 이 창구에 들어서는 건 고통이 따르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영애씨의 책 2장 '책과 치유'에 소개된 사람들의 증언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남편과 자녀의 정신분열, 남편의 외도와 구타, 일중독, 성폭행과 같은 고통을 경험한 이들은 책을 통해 치유된다. 먼저 이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상대인 남편과 자녀를 이해한다. 책은 용서 이전에 거치는 이해의 수단인 셈이다. 이들에게 책은 자신이 맞닥뜨린 고통을 해소하는 처방전이 되었던 것이다. 자신과 남편을 진단하고 그가 또는 그녀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고,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을 바꿔어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자기변화의 걸음이 남편을, 자녀를 바꾸는 기적으로 나타났다는 것. 치유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물론 책읽기를 통한 치유는 금세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오래 걸린다. 그리고 책을 통해 얻은 성찰을 생활속에서 실천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이 치유 방법이 의미있는 건 적절한 책과 상담자의 지원이 주어진다면 자기이해의 폭을 증가시키고 전환의 모멘텀을 만든다는 것이다. 

잘못된 이해와 무지는 잘못된 행위로 이어진다. 이 고리를 끊는데 필요한 방편이 책이다. 책은 이해의 선물인 것이다. 그런고로 책읽기는 그 자체로 치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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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찾아 읽는 시인의 시가 있다. 황인숙 시인의 시다. 그녀의 시는 톡톡 튀는 매력이 놀랍다. 

매번 그림책마음챙김에서 시를 한 편씩 나눈다. 오늘은 황인숙의 시 <산오름>이다. 감상해볼까요.

산오름
ㅡ황인숙

친구와 북한산 자락을 오른다
나는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걷고
친구는 느릿느릿
그의 기척이 이내 아득하다
나는 친구에게 돌아가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기를 몇 번, 기어이 친구가 화를 낸다
산엘 왔으면, 나무도 보고 돌도 보고
풀도 보고 구름도 보면서 걷는 법이지
걸어치우려 드느냐고
아하!
친구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걸으려는데
어느 새 획획 산을 오르게 되는 나다
땀을 뚝뚝 흘리며 바위에 앉아 내려다보면
멀리서 친구가 느릿느릿 올라온다
나무도 데리고 돌도 데리고
풀도 데리고 구름도 데리고

#그림책마음챙김 #소통과힐링#황인숙#산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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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마종기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바람부는 언덕에서, 어두운 물가에서 /
어깨를 비비며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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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나무의 저녁

오후를
지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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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에게,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세상은 말을 가볍게 여기지요.
당신은 말을 믿나요?

ㅡ그림책<첫번째질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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