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8

열흘 간의 긴 수행을 마쳤다. 스님들이 하는 동안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행의 참맛을 느끼는 더없는 기회였다.

정좌 자세로 새벽 4시반부터 저녁 9시까지의 고된 과정은 마치 감옥에 들어앉아 있는 기분이 이럴까 싶을 정도로 힘든 나날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명상수행 틈틈이 일상의 단상을 적어나간 일이었다. 사실 수행터에선 이런 행위조차도 금지되었다. 그러나 난 노트와 펜을 몰래 가지고 들어갔다. 만약 이 둘이 없었다면 수행터가 사막이었을 것이다. 생각이 괴는 것을 그때그때 풀어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감각 알아차림
고통
무상 아니짜
부정성
상카라
지혜 빤야
해탈
기타 등등...

명상을 마치면 숙소를 네 바퀴 돌면서 위의 말들을 주워 삼켰다. 고통을 벗어나는 길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열흘이 흘렀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아니짜, 즉 일상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무상의 이치를 구현하려는 중이다. 이 이치를 놓치지 않는다면, 그리고 관찰할 수 있다면 보는, 또 보여지는 현상이 달라질 것이다.

나에게 열흘 수행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내면의 조화와 평화로 가는 길,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길에서 평안과 행복을 얻는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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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그림책명상시간인 그림책마음챙김이 일곱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시작일은 오는 2월9일부터.

이번 시즌 주제는 '소통과 힐링'. 소통이 곧 치유임을 증거하는 다섯 권의 그림책을 골랐다. 물론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선정이다.

갈수록 주제에 맞는 그림책을 고르기가 힘들다. 좋은 그림책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열 권이 넘는 그림책 중에서 주제에 걸맞는 책을 장고 끝에 추려보았다. 의미있고 휴식이 되는 시간을 고대하면서.

그림책마음챙김은 쉽고 친근한 그림책을 읽으며 과거의 나를 만나고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모색해보는 마음치유의 현장이다. 명상을 통해 감정을 정화하고 성찰적 지각을 한다. 알아차림의 힘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그림책의 치유기제와 명상의 치유기제가 만난다고 할까.

소통은 치유를 낳는다. 치유는 소통을 낳는다. 소통이 곧 치유인 거다. 이번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림책과 명상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이 찾으면 좋겠다.

#그림책#그림책마음챙김일곱번째시즌#그림책명상
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기해년 들어 첫 산책은 '내 도서관'으로 방향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그런데, 전에 한 번 갔을 때 보았지만 오늘 다시 보니 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에 써 있는 글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옮기면 이렇다.

책은
가장 조용하고
변함 없는 벗이다.
책은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가장 현명한 상담자이자
가장 인내심 있는 교사이다.

책의 기능과 역할을 이렇게 간명히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상담자, 교사. 그것도 현명하고 인내심이 있다니! 탁견이라 아니 말할 수가 없다.

순간 책을그림책으로 바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은 현명한 상담자, 인내심있는 교사' 라고. 다 나아가 '그림책은 가장 치유적인 멘토' 라고 해도 좋겠다.

올해 다짐해본다. 현명한 상담사, 인내심있는 치유 멘토를 만나 순도 높은 사랑을 하고, 이를 전하리라고.



#그림책마음챙김 #그림책명상 #마할라치유프로젝트#그림책마음챙김협회


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어제, 그림책마음챙김에서는 그림책 <고래가 보고싶거든>을 가지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올해의 문을 여는 첫시간, 각자가 바라는 '고래'를 떠올려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이라고 하고 또 어떤 분은 '시간' 이라고 얘기합니다.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꼽은 겁니다.

미래를 말한다는 건 설레는 일입니다. 그 설레임은 우리를 살아있게 하죠. 그런데 미래를 사는 일로 현재를 까맣게 잊는다면 그건 문제겠죠. 이런 노파심 때문이었을까요. 그림책을 읽기 전에 정현종 시인의 시를 먼저 읽었습니다. 감상해볼까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ㅡ 정현종,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세계사, 1989.

이보다 마음챙김을 잘 표현한 시가 있을까요. 미래를 사는 일도 좋지만 그 전에 매순간을, 매일을, 한달을, 한해를 꽃봉오리로 여기고 산다면 최고의 삶이 되겠지요. 그런 마음으로 산다면 미래는 자연스럽게 열릴 겁니다. 그러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기다리면, 간절히 기다리면 뜻이 이루어질까. 믿는가 믿지 않는가는 그대의 몫. 난 믿기로 한다.

동네에서 한 블럭 떨어진 신축 아파트 공사가 끝나면서 작은 공원이 생겼다. 이 년 전부터 요상한 건물이 하나 올라가는데 이 건물의 정체가 뭘까 궁금증이 일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자꾸 눈에 밟혔다. 내심 도서관이 들어서길 바랐다. 동네에, 아주 가까운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오기 전에 도서관이 집앞에 있었다. 난 이 코앞에 있는 도서관 애용자였다. 주말이면 그곳에서 어린 자식 둘을 데리고 수도없이 많은 그림책을 읽었다. 책을 가까이하는 버릇을 들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성인이 된 아이들이 이 점을 알 리 없겠지만.

여하튼 갈수록 그 건물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지는 만큼 마음속으로 도서관, 도서관을 외치는 마음도 커갔다. 산책을 하면서, 인부들에게 물어봤지만 명쾌한 답을 듣지 못했다.  

그렇게 궁금함이 쌓여 갔고 마침내 건물이 완공되었다. 그런데 완공되었는 데도 문은 열지 않았다. 왜일까? 한 번은 참다못해 지나는 사람에게 건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ㅡ무슨 건물이에요?
ㅡ도서관이에요. 

그 말을 듣자 쾌재를 불렀다. 웃음이 나왔다. 내 예상이 맞았어!! 온몸이 기쁨에 출렁거렸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이미 이 건물은 용도가 내정되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도서관이라니! 그때 든 생각은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안도감과 확신이었다. 당연히 반갑고 고마웠다. 거짓말을 보태면 눈물도 찔끔 났다.

지난해 말 도서관은 정식 개관을 했다. 3층 건물에 1층만을 도서관으로 쓴다. 작은 규모다. 하지만 어떤가.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벅찬 행복이니.

가족에게 이렇게 일렀다. 이제부터 저 도서관은 내 도서관이라고. 이름이 '내 도서관'이니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다. 가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간절한 마음을 알아서일 것이다.

도서관이 생긴 이후 달라진 게 하나 있다. 산책길 동선이 바뀌었다. 반드시 도서관을 경유한다. 산책하다가 잠깐 쉬는 곳도 도서관이다. 이정표가 된 거다. 내 도서관 아닌가. 그만큼 의미있는 존재가 되었다.

2019 기해년. 원하는 게 있다면 간절히 소망해보라. 어찌 아는가. 도서관 같은 선물이 떡하니 다가올지. 믿는 자에게 축복이 깃들길...

#그림책마음챙김 #그림책명상 #도서관 #간절히원하면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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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어제 그림책마음챙김에선 두 편의 시를 나눴습니다. 먼저 한 편은 정현종의 시였습니다. 올 한해 이렇게 살진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감상해볼까요.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또 한편의 시는 정끝별의 작품입니다. 정현종의 시처럼 살았다면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하는 제 바람을 담았습니다. 천천히 읽어볼까요.

밀물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벌거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올 한해, 무슨 일이든 때가 있다고 믿으며 이만하길 다행이야, 무사하니 다행이야, 를 말할 수 있으면 어떨까요.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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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우리는 내 것, 내 자식,'나의' 라는 소유격에서 언제쯤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것이 때론 기쁨을 줄 터이지만 고통도 준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죠. 
이번 그림책명상은 별을 소유하려 한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내 이야기이면서 우리들의 얘기겠죠. 

나는 별을 훔칩니다. 밤하늘에서 간절히 원하던 별 하나를 조심스레 떼어냅니다. 그런 뒤 집으로 가져옵니다. 그런데 허리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벌을 받는 느낌이랄까요. 겁이 난 나는 침대 밑에 숨기지만 별빛은 천장과 지붕을 뚫고 퍼져 나갑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집안의 물건들이 낯설고 불편해지고, 나의 모든 생활이 흔들립니다.나는 셈하는 법, 밥을 먹는 일까지 잊어버립니다. 길 가는 사람들도 빛에 이끌려 집으로 모여들고요. 나는 별을 싸 가지고 집을 나와 맑은 초록빛 강을 찾습니다. 차가워진 별을 물에 놓아줍니다. 이내 별은 물속의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나는 인사도 건네지 못한 채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고려 후기의 문인인 이곡이 쓴 한문수필 ‘차마설’의 주제는 이 세상에 네 것이라고 할 만하게 없다는 겁니다. 세상의 부귀와 권세도 본래부터 소유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빌린 것인데 사람들은 이를 망각하고 자기 소유인 양 생각하고 반성할 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이곡은 아주 오랜 전에 이 점을 간파하고 비판한 셈입니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 세상 사람들의 생각은 달라졌을까요. 대답은 아닙니다.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마음을 쓰고 몸을 혹사시키니 말이지요. 이는 행복의 관점에서 봐도 문제가 많습니다. 같은 돈으로 물건을 샀을 때와 좋은 경험을 살 때의 행복지수를 비교해보니 후자가 더 오래간다고 합니다. 소유의 기쁨은 잠시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한 기억은 유효기간이 길다는 거죠. 중요한 것일수록 소유하기보다는 그것 자체로 바라보고 누리려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

어른을 위한 그림책마음챙김 여섯번째 시즌이 오는 12월 15일(토)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시작합니다.  이번 주제는 '자기돌봄'입니다. 한해를 갈무리하는 이즈음 바쁘게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이 아닌 성찰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또 올해의 짐을 내년까지 가져가지 않는 마음챙김의 시간도 갖습니다. 

'자기돌봄' 이란 주제로 엄선한 다섯 권의 그림책은 이렇습니다. 

ㅡ부족해도 괜찮아
ㅡ슈퍼 거북 
ㅡ세상의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다
ㅡ고래가 보고 싶거든
ㅡ프레드릭

다섯 권의 그림책은 한해 동안 줄기차게 달려온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새해의 계획을 설계하는데 깨달음을 선사할 겁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마음챙김은 있는 그대로의 느낌, 감각, 감정, 욕구 등을 알아차리고 나에 대한 이해를 증가시켜, 타인과의 관계성을 원활하게 해주고, 궁극적으로는 알아차림을 늘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림책명상 #어른을위한그림책마음챙김 #여섯번째시즌#한양문고 주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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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설가 핸리 제임스는 부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영국, 이탈리아 등으로 유럽여행을 자주 떠났다. 그래서인지 그는 태어난 미국보다 유럽, 특히 영국에서 더 많이 머무른다. 그의 묘비가 ‘대서양 양편의 한 세대를 해석해 낸 사람' 이라고 한 것도 미국과 유럽의 관점을 가지고 글을 썼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헨리 제임스는 유독 친절을 강조했다. 그가 쓴 글 한 대목을 옮기면 이렇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는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역시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토록 친절을 강조한 이유가 뭘까? 그것도 세 번씩이나 힘주어 말한 이유가 뭘까. 친절이라는 미덕이 그만큼 중요해서일까.

오늘, 버츄카드로 친절이란 카드를 뽑았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친절은 내가 자주 쓰는 말인 까닭이다. 그렇다고 친절하게 사느냐, 하면 그건 별개지만.

내 인생에 친절이란 단어가  들어온 것은 달라이 라마의 책을 읽고서이다. 달라이 라마는 스스로 사랑하기는 어렵다면서 대신 친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때 생각했다. 그래, 친절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랑이지. 그런 마음이 처음 들었다.

이후 친절은 내 삶을 맴돌았고, 화두가 되었다. 모든 생명체에게 친절하기. 그렇게 거창하게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려고 노력은 해 왔다. 

탈무드에 이런 구절이 있단다.
"인간은 그 지혜에 의해 존경받고 친절함에 의해 사랑받는다.
친절한 마음은 황금보다 존귀하다.” 

친절은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이 작은 행위가 인생은 살만하구나, 생각하게 만든다면 좋겠다. 친절이 친절을 낳을 때 이 세상은 지금보다 더 훈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친절#그림책마음챙김#헨리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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