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마음챙김 7번째 시즌 첫 그림책인 <섬>의 사람들은 불통의 사람들입니다. 나누려 하기보다는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벽을 쌓아 올립니다. 그것도 거대한 철옹성을 말이죠. 외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원인입니다만, 섬사람들은 이것이 지나쳐 단절, 고립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게 연결돼 있고 상호의존적인 자연생태계에서 단절과 고립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멸절에 이르는 길이죠.
인간의 세계도 이 자연의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유야 어떻든 소통이 없는 세계는 수용을 거부하고 배타적이 되며, 배척의 희생물을 만듭니다. 그리고 지독하리만치 차가운 독재의 길을 걷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노출을 꺼리고, 열린 태도로 나눔을 하지 않으면 불행하게 됩니다. 자기 식으로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게 되면서 눈이 멀게 되고 바보의 벽을 쌓아갑니다. 자연히 사실과 멀어지고 진실을 왜곡하게 되죠. 더 높은 성을 쌓게 되고 섬처럼 남겨집니다. 비극과 고통의 문을 열어제치는 거죠.
해결방법은 뭘까요. 어제 함께 읽은 오세영 시인의 <눈>에서 대답을 찾아보았습니다. 하얗게 아래로 아래로 내리는 눈처럼, 자신을 낮추고 차별을 두지 않고 공평하게 남과 더불어 물소리를 만들어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다른 이와 구별되게 벽을 쌓는 게 아니라 서로 넘나들 수 있도록 낮추는 삶이라면 사랑도 소통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림책 <섬>은 우리 모습입니다. 이념과 코드, 진보와 보수로 편가르며 무한대의 성을 쌓고 있으니까요. 이 책은 불편한 책입니다. 그러나 소통이 안 돼 고통받는 우리의 일상을 성찰하게 하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소통의 부재, 나눔의 부재가 가져오는 비극을 미리 보여줍니다. 우리의 경험, 신념이 벽이 되지 않도록 하라.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알아차림이 필요해 보입니다.
눈 / 오세영
순결한 자만이
자신을 낮출 수 있다
자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남을 받아들인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가장 낮은 곳에 설 때
사랑을 안다
살얼음 에는 겨울
추위에 지친 인간은 제각기 자신만의
귀가길을 서두르는데
왜 눈은 하얗게 하얗게
내려야만 하는가
하얗게 하얗게 혼신의 힘을 기울여
바닥을 향해 투신하는 눈
눈은 낮은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녹을 줄을 안다
나와 남이 한데 어울려
졸졸졸 흐르는 겨울 물소리
언 마음이 녹은 자만이
사랑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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