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_사계_영혼을치유하다

<돌멩이국>
-존 무스 글, 그림󰠛 이현주 옮김 󰠛 달리, 2003.


#1
복, 록, 수 세 스님이 산길을 따라 여행하면서,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 얘기를 나눈다. 지혜로운 수 스님은 함께 알아보자고 한다. 마을을 내려간 세 스님은 가뭄과 홍수, 전쟁까지 겪은 마을 사람들의 냉대를 받는다. 낯선 사람들을 믿지 않는 이들은 심지어 이웃 간에도 의심하며 지낸다.
마을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스님들은 돌멩이국 끓이는 법을 가르쳐주기로 한다. 스님들이 불을 피우자 호기심에 이끌린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온다. 스님들이 옛날부터 돌멩이국에는 소금과 후추를 넣어야 한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가지고 온다. 스님들이 계속해서 필요한 재료를 말하자, 기꺼이 재료를 가지러 집으로 달려간다. 어느새 돌멩이국은 건더기가 푸짐해지고 맛도 좋아진다. 한사람이 마음을 열자 마을 사람들 전체가 마음을 열고 자기 것을 내놓은 것이다.
국이 다 끓자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을잔치가 벌어진다. 음식을 먹고 나서 마을사람들은 그림자연극도 보고 노래도 부른다. 굳게 닫혔던 마음의 빗장을 열면서 믿음과 협력을 회복한다.
스님들이 떠날 때가 되자 마을 사람들이 말한다. 스님들 덕분에 마음이 너그러워졌고, 서로 나누면 모두가 넉넉해진다는 것을 배웠다며 고마워한다. 그러자 스님들이 대답한다. 행복해지는 것은 돌멩이국 끓이는 것만큼이나 간단하다고.

#2
음식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간단한 음식을 하나 만들 때에도 서너 가지 재료가 들어가고, 이들 재료가 어떻게 섞이고 조화를 부리는지는 잘 몰라도 마법과 같은 맛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일상에서 해 먹는 음식 하나도 이럴진대, 사람들이 하는 일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영국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매트 리들리가 펴낸 『이타적 유전자』에 따르면 인류는 비정한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집단을 이루고, 이타적인 본성을 진화시켜 왔다고 한다. 이것은 이성적 인간이 선택한 최고의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인간의 유전자는 이기적이고 동시에 이타적이라고 설명하면서, 인간의 도덕과 사회성은 이타적 유전자의 명령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지닌 덕(德, virtue)의 기원이라는 설명과 함께. 경쟁이 아닌 협력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터득한 지혜라고 할 것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분업, 전문화는 멸종에 이르는 길이라고 한다. 서로 의존하고 도우며 살아갈 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화를 지향하는 우리 모습은 어떤가. 옆에 있는 동료가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표준화, 전문화라는 이름으로 칸막이가 쳐진 지 오래다. 학문적, 직업적으로 들어가면 더 심하다. 물론 깊이 있게 한 영역을 파고들어가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협력이 없는 분업과 전문화는 서로를 소외시키고 배타적이 되어 상생보다는 도태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인류가 자연에서 얻는 지혜를 무시하는 것이다.

#3
돌멩이국이 푸짐하고 맛있게 된 비결은 간단하다. 마을 사람들이 나누고 협력했기 때문이다. 음식의 재료가 섞이듯 사람들은 서로 도와야 한다. 그럴 때 음식이 맛있고 우리네 삶도 풍성해진다.
그러나 종종 우리는 잊는다. 귀찮다는 이유로, 간섭받기 싫다는 이유로 엄연한 상호부조의 진리를 거부한다. 대신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삶을 선택한다. 돌멩이국의 맛을 알기 전의 마을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냉정하게 말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우리는 서로서로 연결돼 있고, 의존하면서 살아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거기에 행복이 있고, 진정한 기쁨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미덕일 것이다. 계속해서 맛있는 국을 먹고 싶은가. 그렇다면 나누고 협력하는 일에 마음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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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