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 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 어른이든 애이든 /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종종 기업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휴먼 스킬 강의를 한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제때에 프로젝트를 완수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하루하루 목숨을 건다. 그런 그들에게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건 결국 사람이므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들도 그 점을 모르진 않지만 생각만큼 잘 안 된다고 고백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듣는 것보다는 말하는 걸 좋아하고, 참을성 있게 남의 말을 듣지 못하는 데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전에 공자도 “말을 배우는 데는 2년밖에 안 걸리지만 듣기를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했을 터이다. 제대로 듣기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깨어있는 시간 중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바로 듣기다. 쓰기(9%), 읽기(16%), 말하기(30%)에 비해 무려 45%나 된다. 따라서 듣기를 잘 못하면 일상에서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카엘 엔데가 지은 소설《모모》에서 모모는 동네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으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모모의 듣기 방식은 간단하다. 먼저 가만히 앉아서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고, 온 마음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만 할 뿐인데 마을 사람들은 크고 작은 치유를 경험한다. 예컨대 자신들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수줍음이 많던 사람은 대담한 사람이 된다. 무엇보다 불행한 사람, 억눌린 사람은 마음이 밝아지고 희망을 갖는다. 들어주기만 했을 뿐인데 마을사람들은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모모의 방식은 초대하고, 주의깊게 들어주고, 피드백하는 3단계 공감적 경청과 닮았다. 어린 소녀 모모가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그들의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방식대로 듣는 공감적 경청이야말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정현종 시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의 시 <경청>에서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경청은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또 시인의 말대로 꽃을 피우고 생명을 탄생시킨다.

새해에는 한 가지 더 추가해보고 싶다. 나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소리도 경청해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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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