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있다
우리는 저마다 /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 꽃자리니라
세계적인 불교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95세의 일기로 입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베트남에서 요양하고 계신다는 얘기를 들은 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열반에 드셨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만큼 우리 곁에 친숙하게 계셨던 분이라 여겼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틱낫한 스님은 마음챙김을 대중화시킨 영적 스승으로 기억된다. 불교의 마음챙김을 쉽게 풀어내신 스님 덕분에 명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물론 직접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 전해지는 스님의 목소리는 언제나 부드럽고 따뜻했다.
스님의 책 중에서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란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이 책에서 스님은 ‘우리는 이미 도착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왜 현대인들은 자꾸 어디론가 떠나려 하는가, 라고 반문한다. 당시 이 말은 나를 꾸짖는 죽비였고 회초리와 같았다. 나는 부족하고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때의 강렬한 체험은 명상과 치유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언제 읽어도 스님의 글은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부분을 콕 집어서 알려준다. 예컨대 한 달에 한 번 ‘마음챙김의 날’을 정해 평소와 다르게 살아보라는 당부는 정말 유용한 가르침이다. 이 날만큼은 천천히 말하고 행동하면서 알아차림의 시간을 늘려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도 스님의 책을 옆에 두고 틈틈이 읽는다. 이번에 시작한 그림책명상지도사 자격과정 워크숍에도 스님의 책을 교재로 삼아 독서명상을 하고 있다. 며칠 전 함께 읽은 대목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대는 설거지를 하면서, 설거지를 마치고 마실 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얼른 설거지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차 마실 궁리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대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 제대로 자기 삶을 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할 따름이다. 설거지를 할 때에는 설거지가 그대 일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어야 한다. 차를 마실 때는 차 마시는 일이 그대 일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어야 한다. 똥을 눌 때에는 똥을 누는 일이 그대 일생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되게 하여라.”
무엇을 하든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며 하라는 스님의 말씀은 여러 번 곱씹어도 가슴에 와 닿는다. 온마음을 다해 하는 일이 스님이 말하는 ‘이미 도착해 있다’라는 말의 의미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이 순간보다는 과거와 미래에 집을 지으며 자책과 후회, 근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고통스럽게 살고 있지 않은가. 구상 시인이 시 <꽃자리>에서 말한 대로 자기 스스로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살고 ‘쇠사슬에 매’이고 ‘엮은 동아줄에 묶여’ 산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데도.
그런 점에서 틱낫한 스님이 설파한 ‘우리는 이미 도착해 있다’와 구상 시인의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라는 말은 같은 얘기다. 자유와 행복의 비결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틱낫한
#열반
#마음에는평화_얼굴에는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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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이필요해
#우리는이미도착해있다
#설거지명상
#MBHT인문치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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