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래스카 하면 북극, 오로라, 곰, 상상할 수 없는 혹독한 추위가 떠오릅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저에게 알래스카는 남극 다음으로 가장 추운 곳입니다. 얼마 전 지인의 친구가 알래스카에서 왔습니다. 그 분의 얘기를 듣고 나서 이제껏 제가 아는 알래스카에 대한 정보가 잘못되었음을 알았습니다. 덕분에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모처럼 고국을 방문한 그 분은 미국에서 수십 년 살다가 최근에 알래스카로 이주했습니다. 지금은 낚시로 소일하여 여유롭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지인은 알래스카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다지요.
"왜 하필이면 추운 알래스카로 갔어?"
지인도 알래스카는 추운 땅으로 각인된 모양입니다.
그러자 친구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알래스카는 그렇게 춥지 않아. 오히려 한국이 더 추워.”
“정말?”
지인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친구는 그런 지인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알래스카는 겨울이 길고 공기는 차갑지만, 한국처럼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답니다. 또 사계절은 없지만 여름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을 전해 듣고 픽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도 지인과 똑같이 무식했으니까요. 아하! 저는 이렇게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져나가면 통쾌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사실로 믿고 있는 것에 의문부호를 붙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작정, 아무런 근거 없이 기정사실로 믿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무식한 일인지 깨닫게 해줄 테니까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동적으로 올라오는 이 사고 패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2
심리학 용어 중에 스키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심리도식으로 표현되는 이 말은 부지불식간에 올라오는 무의식적 판단 행위, 즉 패턴을 뜻합니다. 어린 시절의 크고 작은 경험이 쌓여 개개인 고유의 심리도식이 만들어진 겁니다. 따라서 어떤 조건이나 상황이 주어지면 자동적으로 그 문법에 따라 움직이고 사고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이를 심리도식를 따른다고 얘기합니다. 심리도식은 사람마다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예컨대 결함과 수치심 도식이 발달한 사람은, 자신은 사랑받지 못할 정도로 결함투성이이며, 나쁘고 열등하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올라오거나 그런 감정을 수시로 겪는다고 할 수 있지요. 그에 따라 자존감 없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게 됩니다. 이런 부적응 도식들은 성인이라도 취약한 상황에서는 뜻하지 않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릴 적 경험이 일종의 족쇄가 되어 같은 조건과 상황에 놓일 경우 무의식적인 패턴을 되풀이를 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쓰는 고정관념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둘 다 자동적으로 올라오는 사고인 까닭입니다. 이런 무의식적 패턴은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는 모르나, 그 반복되는 패턴 또는 문법은 그 차이로 인해 갈등을 빚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요.

#3
이를 멈추는 방법은 잠깐 멈추고, 패턴적 사고를 알아차림하는 겁니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온다면 잠깐 멈춰서 화라는 감정 밑바탕에 깔린 나의 관념을 살펴보는 겁니다. ‘이것은 꼭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지 조사해보는 거지요. 또 자신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무의식적인 심리패턴, 즉 심리도식을 쓰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자신을 화나게 하는 요인이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고서 욱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지요. 또 우울한 사람은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를 좀 더 이해하게 되면서 표정이 밝아질 수 있습니다.

알래스카는 춥다는 공식이 저에게 언제 심어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분히 정확하지 않은 지식에 기반한 앎일 테지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한 여전히, 언제까지나 알래스카는 남극 다음으로 추운 곳으로 기억될 겁니다. 생각해보면 비단 알래스카뿐이겠습니까. 될 수 있다면 수시로 올라오는 자동적 판단을 알아차려서 내 안으로 부드러움과 친절이 들어올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기섭의수행이필요해
#알래스카
#자동적사고
#고정관념
#심리도식
#명상인류_알아차림
#그림책명상학교



Posted by 통합인문치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