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필요할까요.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이 물음에 대해 저는 대답 대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쓴동물농장입니다. 혹시 읽어 보셨나요? 이 책은 농장의 동물들이 인간을 몰아낸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풍자소설이죠. 여러 번 읽었지만 매번 흥미롭고 전하는 의미가 새로운 책입니다. 


때로는 소름이 돋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나폴레옹을 위시한 돼지들 때문입니다. 돼지의 우두머리인 나폴레옹은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농장에서 인간들을 몰아냅니다. 동물들은 자유로운 세상을 맞이한 것에 환호합니다인간들의 착취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이들은 억압을 받습니다. 나폴레옹 일당이 이들의 꿈을 산산이 깨버립니다. 나폴레옹이 인간들과 똑같이 동물들 위에 군림하기 시작한 겁니다. 성가신 라이벌을 쫓아내고, 법을 함부로 바꾸는 불의를 저지른 겁니다. 


이런 만행을 저지르기 전에 나폴레온 일당이 제일 먼저 한 일이 뭔지 아세요? 일요일 아침마다 열어온 동물들의 모임을 중지시킨 겁니다. 토론을 불허한 겁니다. 일요일 토론을 통해 중요 사항을 결정해왔는데, 이걸 하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토론은 불필요하고 시간만 낭비한다며 말이죠.


대신 나폴레온 일당은 일방적인 명령을 내립니다. 그리고 모든 회의는 비밀리에 붙이고 결정사항은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선언합니다. 당연히 동물들은 이 발표에 실망합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이 거느리는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사납게 노려보며 위협했던 겁니다. 이후 나폴레옹과 그 일당은 동물들에게 끝없는 충성과 복종을 강요합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공개 처형을 서슴치 않습니다. 


토론이 사라진 동물농장은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토론의 실종이 나폴레옹의 독재정치로 이어진 겁니다


만약 동물들이 (NO)' 라고 외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함부로 하진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동물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 됩니다. 누구의 책임일까요.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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