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임금의 토론 실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질문에서 나왔습니다. 세종은 질문에 능숙한 임금이었습니다. 아래의 예화는 그 점을 잘 보여주는데, 때는 세종 22년(1440년) 1월 30일입니다. 제주도 안무사인 최해산이라는 신하가 제주에 용이 나타났다고 급히 보고를 합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정의현(旌義縣)에서 다섯 마리의 용이 한꺼번에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의 용이 도로 수풀 사이에 떨어져 오랫동안 빙빙 돌다가 뒤에 승천했습니다.”
이 보고를 받은 세종 임금은 깜짝 놀랍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건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임금은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최해산에게 즉시 명을 내려 자세히 보고하라고 이릅니다. 그런데 그 명령이 세밀하고, 구체적입니다. 한 번 볼까요.
“용의 크고 작음과 모양과 빛깔과 다섯 마리 용의 형체를 분명히 살펴보았는가. 또 그 용의 전체를 보았는가, 그 머리나 꼬리를 보았는가, 다만 그 허리만 보았는가. 용이 승천할 때에 구름의 기운, 천둥과 번개가 있었는가. 용이 처음에 뛰쳐나온 곳이 물속인가, 수풀 사이인가, 들판인가. 하늘로 올라간 곳이 사람 사는 인가(人家)에서 얼마나 떨어졌는가. 구경하던 사람이 있던 곳과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
용 한 마리가 빙빙 돈 것이 오래 되었는가, 잠깐이었는가. 같은 시간에 바라다본 사람의 성명과, 용이 이처럼 하늘로 올라간 적이 그 전후에 또 있었는가와, 그 시간과 장소를 그 때에 본 사람에게 방문하여 아뢰도록 하라.”
임금은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붓습니다. 얼마나 용에 관해 관심이 많았으면 그랬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명을 받은 제주 안무사는 다시 조사하여 보고서를 올립니다. “시골 노인에게 물으니, 지나간 병진년 8월에 다섯 용이 바다 속에서 솟아 올라와 네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간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구름 안개가 자우룩하여 그 머리는 보지 못했습니다. 한 마리의 용은 해변에 떨어져 금물두(今勿頭)에서 농목악(弄木岳)까지 뭍으로 갔는데, 비바람이 거세게 일더니 역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라고 하면서 “이것 외에는 전후에 용의 형체를 본 것이 없습니다”라고 보고합니다.
세종의 질문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묻고 그 내용을 올린 겁니다. 구체적인 질문이 구체적인 대답이 되어 돌아온 겁니다.
세종은 일을 할 때 항상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신하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조선판 달력 칠정산, 훈민정음 등은 이러한 호기심어린 질문에서 탄생한 인류 최고의 걸작입니다. 왜 조선은 중국과 다른데 똑같은 달력을 써야 할까, 중국 한자와는 다른 우리만의 문자는 없을까. 이런 질문이 ‘칠정산’과 ‘훈민정음’을 만들게 한 힘이 된 겁니다.
토론은 질문에서 시작하고 질문으로 끝납니다. 세종은 질문으로 토론을 이끌었고, 토론을 통해 많은 업적을 세웁니다.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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