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흑인을 해방시킨 대통령은 누굴까요? 그렇습니다.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을 남깁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인용되는 위대한 연설입니다. 둘로 갈라진 미국을 하나의 미국으로 통합하는데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기 전의 링컨은 어땠을까요. 여전히 존경을 받았을까요.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미국 남부 특유의 사투리를 쓰는 데다 목소리도 가늘었던 링컨은 시골뜨기 변호사에 불과했습니다. 외모로 인해 그는 늘 놀림을 받았습니다. 193cm의 큰 키에 몸은 비쩍 마르고 촌스럽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못생긴 외모로 인해 고릴라라고 불렸습니다. 링컨의 반대파는 틈만 나면 그를 고릴라라고 부르며 조롱했습니다.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에드윈 스탠턴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놀리곤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고릴라를 만나기 위하여 아프리카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 가면 링컨이라는 고릴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리노이 주는 링컨이 주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던 곳입니다. 주의회 의원은 지금으로 말하면 강원도의회 의원쯤 됩니다. 조롱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링컨과 매번 선거에서 맞붙었던 더글라스 상원의원은 링컨을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려고 도덕성과 함께 링컨의 약점인 외모를 문제 삼은 겁니다.


링컨 후보는 아주 교활하고 부도덕한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입니다.”


이런 비난을 받은 링컨은 어떻게 했을까요?

지금 더글러스 후보께서는 저에게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격에 맞지 않는 틀린 말입니다. 왜냐하면 유권자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만일 제가 또 하나의 얼굴을 가졌다면, 오늘같이 중요한 날에 잘 생긴 얼굴로 나올 것이지 왜 하필이면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겠습니까?”


재치 있는 반격은 이런 겁니다. 링컨의 말을 들은 청중들은 손뼉을 치며 웃어댔습니다. 링컨의 판정승입니다.

 

그런데 링컨 대통령은 선거에 운이 없었습니다. 매번 지고 맙니다. 주 의원 의장 선거, 상원의원 선거 등 열 번의 선거에서 일곱 번 낙선하니까요. 앞서 더글라스 상원의원과 맞붙었던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재치 있게 답변하여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고배를 마십니다.


그러나 링컨이 더글라스 의원과 벌인 토론은 중요한 의미를 띱니다. 링컨에게 행운을 안겨줍니다. 즉 이 일로 링컨은 대통령이 되니까요. 믿기지 않는다고요.그런데 사실입니다.


1858년의 일입니다. 링컨과 더글라스 의원은 일곱 차례 걸쳐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이를 링컨-더글러스 논쟁(Lincoln-Douglas debates)이라고 합니다. 후에 두 사람의 이름을 본따‘LD토론이란 형식이 생겨납니다. 당시 더글라스는 일리노이 주의 민주당 현직 상원의원이고, 링컨은 여기에 맞서는 공화당 후보입니다. 링컨이 더글라스에게 도전장을 낸 거죠.


두 사람이 벌인 토론 주제는 노예제도입니다. 시민들에게 매우 뜨거운 주제였습니다. 양측은 일곱 지역을 기차로 이동하며 순회 토론을 벌입니다. 링컨은 노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더글라스 의원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섭니다.


토론 방식은 첫 번째 후보자가 60분간 말하면, 이어 상대 후보자가 90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후보자가 30분 동안 말하는 순서로 이어집니다. 먼저 말하는 사람이 매번 바뀌는데, 더글라스 의원이 네 번 먼저 말할 기회를 얻습니다. 당시 신문들은 두 사람의 주장과 토론 내용을 그대로 지면에 실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뜨거웠던 거죠.


토론이 끝나고 곧이어 선거가 치러집니다. 앞서 말했듯이 승리는 민주당의 더글라스 의원이 차지합니다. 안타깝게도 링컨은 패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납니다. 비록 링컨은 상원의원 선거에서 졌지만 대통령선거에서는 승리를 거머쥡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선거가 끝난 후 링컨과 더글라스 두 사람이 토론한 내용이 편집되어 책으로 나옵니다. 이 책은 미국 전역으로 팔려나갑니다. 큰 인기를 얻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놀라운 일이 연속해서 일어납니다. 책의 인기에 힘입어 2년 뒤인 1860, 시카고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링컨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됩니다.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링컨이 마침내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16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한마디로 토론 덕분에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겁니다. 토론이 대통령을 만든 거죠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 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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