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선거가 있었습니다. 각 정당의 후보들은 선거를 앞두고 TV토론을 벌였습니다. 다섯 명의 후보들은 일제히 자신이 왜 대통령에 되어야 하는지, 저마다 ‘적임자’라며 사자후를 토해냈습니다. 보셨나요?
이번 TV토론에서는 처음으로 ‘스탠딩토론’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스탠딩 토론은 말 그대로 토론 시간 내내 의자에 앉지 않고 선 채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겁니다. 자료를 보지 않고 ‘토론 배틀’을 벌이는 거죠. 대본 없는 토론을 통해 어떤 후보가 더 뛰어난지를 가려보고자 한 겁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질문과 대답이 오갈 걸 예상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누가 준비된 후보인가 확인하기도 어려웠고, 감동과 매너도 없었다는 평가입니다.
어떤 후보는 정책 얘기보다는 변명하기에 바빴고, 어떤 후보는 말을 함부로 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죠. 그중 몇몇 후보는 탁월한 토론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논리적인 주장을 하고 상대 후보가 제시한 정책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따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토론이 후보를 지지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토론을 잘 하면 지지율이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거죠. 물론 후보 간 지지율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전을 시킬 만한 정도는 아니었죠. 그렇다면 토론과 지지율은 별개의 문제일까요.
이렇게 된 요인은 우선 후보 간 1 대 1 토론이 아닌 점, 후보나 정당을 미리 정해놓고 토론하는 걸 보고 바꾸려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1 대 1 토론이었다면 어떠했을까요.
그렇다 해도 탁월한 토론실력을 보인 후보는 이득(?)을 보았습니다. 후보가 속한 정당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후원금도 쏟아져 들어왔다고 합니다. 토론을 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긍정적인 효과입니다.
링컨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입니다. 그런데 매번 선거에서 졌습니다. 그러나 처음이자 마지막인 대통령선거에는 이깁니다. 토론으로 대통령이 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뭘까요? 올바른 토론으로 국민을 설득한다면 언젠가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으로 저는 받아들입니다. 비록 이번에는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돌아오는 다음 선거에서 유리할 거라고 믿습니다. 국민은 그의 이름을 기억할 테니까요.
토론은 만능해결사는 아닙니다. 그러나 토론은 힘이 셉니다. 한국판 링컨 대통령은 나올 겁니다. 이번 TV토론은 그런 희망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겁니다.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 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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