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반려견 천만 시대 운운하지만 유기견은 해마다 늘어납니다. 이 비극은 동과 서를 구분하지 않으니 닮았습니다. 그런데 위로가 되지 않는 건 왜일까요.
그림책 마음챙김에서 나눈 그림책 <검은 강아지>는 이 불행한 비극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어느 날 고층빌딩이 즐비한 길가에 강아지 한 마리가 남겨집니다. 주인은 차를 타고 가 버립니다.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말이죠.
주인에게 버려진 걸 모르는 흰 강아지. 어리석게도 주인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주인이 버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겠죠.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는 사이 흰 강아지는 검은 강아지가 됩니다.
주인의 약속을 맹신한 강아지는 천연스럽게 장난을 치고 기다리는 기술을 터득합니다. 쓰레기로 나온 거울에다가 자신을 비춰보고 자신과 닮은 상대로 대화하고 걱정을 나누고 유희를 즐깁니다. 자신을 위로해줄 친구를 찾은 겁니다. 슬픈 대목입니다.
그러나 거울 놀이도 오래 할 수는 없죠. 흰눈이 내리고 강아지는 잠이 듭니다. 그렇게 강아지는 별이 됩니다. 고층빌딩이 무표정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말이죠. 여기서 고층건물은 현대인의 비정함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나는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또 하나는 살면서 버림받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나. 그때 어떻게 대처했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하면서, 강아지를 내다 버린 주인이 나이고 검은 강아지가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여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고, 또 실제로 기다린 적이 있는 피해자였으니까요.
늘 그렇듯이 우리는 그림책을 통해 과거의 아픔과 조우합니다. 그러나 머물지는 않죠. 고통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현재의 이야기를 새로 써 나갈 힘을 얻습니다. 슬픈 이야기는 슬픈대로 매력이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반려견은 생명입니다, 라는 말을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겠죠.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도 만들지 말아야 할 일이니까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키울 자격을 부여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불행을 막는 방법이라면 말이죠.
<검은 강아지>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반려견을 키울 때처럼 사랑에도 자격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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