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가

젊은 의사 한사람이 세계적 영적 스승인 아잔 브람을 찾아왔다. 의사는 자신이 돌보던 젊은 여성 환자가 죽었다며 그녀의 남편과 아이들에게 사망 소식을 전하는 것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은 실패했으며 더 이상 의사 일을 할 수 없다며 절망스럽게 말했다.
아잔 브람은 의사를 보고 물었다.
“지금 의사로서 당신의 본업이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의사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자 아잔 브람이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미 당신은 여러 번 실패했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이 진짜 할 일은 환자를 돌보는 일입니다. 만일 당신이 돌보던 환자가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거나, 치료가 끝난 뒤에 또 다른 병을 얻더라도 당신이 정성껏 환자를 돌봤다면 당신은 언제나 성공한 의사일 겁니다.”
아잔 부람의 말을 듣고 의사는 병원으로 돌아갔고, 많은 환자들이 죽음을 맞이했지만 좋은 의사 선생님한테 치료를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행동했다.
아잔 브람은 의사의 할 일이 치료에 있지 않고 돌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치료하려고만 하지 않고 정성껏 돌본다면 더 많은 환자들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일은 소중하고 숭고하다. 이들의 치료 행위는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치료를 포함하여 환자를 돌보는 일은 더 의사답고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자고로 옛말에 의술은 인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비단 이것은 의사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누가 누구를 치료한다는 생각보다 돌보는 데 마음을 기울인다면 많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나를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습관을 고친다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금연, 금주를 다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자신을 고치려고 다투기보다 돌보는 쪽으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어떨까. 자신이, 자신의 능력이, 자신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자신을 보호하고 칭찬하고 감싸주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으니까.
작년에 논문을 쓰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논문을 써 보지만 틀어지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자괴감이 들면서 논문을 제때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공부를 시작할 걸 하는 자책의 마음도 올라오고, 다음 학기로 논문 제출을 연기할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끓었다. 이때의 마음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고충을 매번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결국 나를 구제할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었으니까.
이때 내가 선택한 방법이 현재로 끊임없이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 다가오지 않는 미래에 대해 후회하고 걱정하기보다는 무심의 자세로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었다. 과거의 집도 미래의 집도 짓지 않고 끊임없이 현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후회나 자책할 시간에 지금 이 순간으로 기어를 바꾸고,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일 때는 쓸데없는 걱정임을 알아차리고 현재로 돌아오는 것을 택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폭포수처럼 밀려올 때는 반응하지 않고 친절한 마음으로 반겨 주었다.
이렇게 과거와 미래의 일에 연연하지 않다보니 편하게 잠을 자고,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었다. 논문 쓰는 일도 속도가 났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논문 심사를 통과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치료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정말이지 독한 마음을 먹어야만 가능하다. 그렇다고 성공 확률이 높은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영혼은 돌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이 부족하고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일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우리는 영혼을 돌보는 일을 다른 일보다 우선해야 한다. 그것에 성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좀 더 자신이 원하는 삶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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