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필요해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림책 <슈퍼 거북>의 주인공 꾸물이는 그런 우리네 삶과 매우 닮았다. 그림책은 우리가 다 아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후속편쯤 된다. 우연찮게 경주에서 토끼를 이긴 꾸물이는 이후 ‘슈퍼 거북’으로 불리며 영웅이 된다.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으며 동상까지 세워진다. 토끼를 이긴 거북이는 역사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슈퍼 거북에 어울리지 않는 꾸물이의 느린 걸음을 본 이웃 동물들은 실망한다. 심지어 놀리고 비난하기까지 한다. 화들짝 놀란 꾸물이는 이웃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그날부터 맹훈련에 돌입한다. 도서관에 가서 빨리 달리는 비결을 담은 책을 빌려와 읽고 그대로 실천한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부는 날에도 빠짐없이 연습을 이어간다. 덕분에 꾸물이는 몰라보게 빠른 거북이로 거듭난다. 그야말로 슈퍼 거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꾸물이는 행복하지 않다. 달리는데 몰두한 나머지 지쳐버린 것이다. 하루만이라도 느긋하게 자고 느긋하게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평소처럼 볕도 쬐고 책도 보고 꽃도 가꾸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꾸물이는 예전처럼 천천히 걷고 싶었다.
어느 날, 그런 꾸물이에게 토끼가 도전장을 낸다. 이 도전장은 꾸물이에겐 어마어마한 부담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드디어 경주 날, 몇 날 며칠 잠을 설친 꾸물이는 지친 몸을 이끌고 경기장에 나선다. 그리고 보기 좋게 토끼에게 지고 만다. 토끼처럼 앞서 달리다가 잠에 곯아떨어진 것이다.
집으로 터덜터덜 걷는 꾸물이. 그 모습이 애처롭고 처량하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자신이 원하던 대로 실컷 잠을 잔다. 예전의 생활로 돌아간다. 따뜻한 일광욕을 즐기고 책도 보고 꽃도 가꾼다. 빨리 달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자신의 리듬을 되찾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꾸물이는 자신을 옥죄던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그가 되찾은 일상은 단순하고 단조롭지만 그 단순한 삶이 얼마나 그리운 일이었는지 꾸물이만큼 간절한 이가 있었을까.
꾸물이가 겪은 일을 돌아보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목적지를 바라보면 달려야 하는 강박적 삶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본다. 한시도 쉬지 못하고 달려야 하는 인생이란 얼마나 가엾은가.
우리는 종종 번아웃을 경험한다. 이때의 번아웃은 활력을 잃고 만사가 귀찮은 정도의 신경증적인 소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르는 돌연사로 돌변하기도 한다. 며칠 전 사업을 하는 동생을 만났다. 동생은 얘기 도중에 올해에만 자신의 사업 파트너 다섯 명을 잃었다고 한다. 어제까지 술 잘 마시다가 아침에 장례식 문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하는 동생의 표정은 슬퍼 보였다. 자신도 예외일 수 없다는 비장한 절망감이 얼굴에 가득했다.
삶의 균형을 잃은 사람들은 불행하다. 그 불행한 사람을 정의하자면 강박적으로 달리기만 하는 사람들이고, 산을 오르면서 풀과 바위, 구름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고,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모르는 사람들일 것이다.
#수행이필요해_명상인류를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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