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드 영이 그린 그림책 『일곱 마리 눈먼 생쥐』은 불교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새롭게 꾸몄습니다. 그림책은 우리가 종종 놓치고 있는 진실을 일깨워줍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어느 날, 일곱 마리 눈먼 생쥐가 연못가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생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으니 제대로 알 수 없었지요. 그래서 요일마다 한 마리씩 탐색에 나서기로 합니다. 하여 월요일에는 빨간 생쥐가 갔다 와서는 그 이상한 물건은 기둥이라고 말합니다. 다리을 만져 보고 온 거지요. 화요일에는 초록 생쥐가 나섭니다. 돌아와서는 뱀이라고 합니다. 코 부분을 만져본 겁니다.
이어서 수요일엔 노란 생쥐, 목요일엔 보라색 생쥐, 금요일엔 주황색 생쥐, 토요일엔 파란 생쥐가 다녀온 뒤 보고를 합니다. 생쥐들은 각각 창이다, 낭떨어지다, 부채다, 밧줄이다, 라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돌아와 하는 말이 다 다르니 생쥐들은 자기 말이 맞다며 우겨댔고, 곧 다툼이 벌어졌지요.
일요일이 되자, 마지막으로 하얀 생쥐가 탐색에 나섰습니다. 하얀 생쥐는 이전 쥐들과는 달리 한 부위만을 만져보지 않고 전체를 살펴봅니다. 이상한 물체에 올라가 반대쪽으로 미끄러져 보기도 하고 꼭대기를 따라 끝에서 끝까지 달려가 보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꼼꼼히 살핀 끝에 결론을 내립니다.
“아하, 이제 알았다. (---) 이건 기둥처럼 튼튼하고, 뱀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고, 낭떠러지처럼 높다랗고, 창처럼 뾰족하고, 부채처럼 살랑거리고, 밧줄처럼 배배 꼬였어. 하지만 전체를 말하자면 이건 …… 코끼리야.”
그러자 나머지 생쥐들도 일제히 코끼리 위로 올라가 구석구석 확인해보고는 하얀 생쥐의 말에 동의하지요. 그리고 비로소 정체를 알게 됩니다. 그림책의 마지막에 ‘생쥐 교훈’이란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부분만 알고서도 아는 척할 수는 있지만 참된 지혜는 전체를 보는 데서 나온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곱 마리 눈먼 생쥐의 모습은 우리와 닮았습니다. 우리가 저지르는 많은 실수 중 이와 같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지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자주 하니까요. 이렇듯 우리의 눈을 가리는 것은 뭘까요. 십중팔구 고정관념과 편견일 겁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은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안개와도 같지요. 실상을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도록 막는 방해물입니다.

재미있는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심리학과 앨렌 렝어 교수의 그 유명한 ‘꼬리표 실험’입니다. A라는 남자를 한 심리치료사 집단에게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다른 심리치료사 집단에게는 환자라고 일러두었지요. 그런 다음 A라는 남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시청하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A를 구직자로 소개받은 그룹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A를 환자로 소개받은 그룹의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아파 보인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A라는 같은 사람을 두고 이렇게 상이한 평가가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요? 실험할 때 선입관, 즉 편견을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꼬리표 붙이기가 다른 평가를 하게 한 주요인이지요. 어떤 사람도 그 자체로 좋고 나쁘지 않은데, 우리가 그렇게 판단하는 데에는 고정된 관념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섣부른 판단을 하기보다는 판단을 보류하는 게 필요하지요.
저는 지나치게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종종 걱정이 됩니다. 이 사람 또한 안개 속에서 살고 있지 않나 싶어서이지요. 예를 들면 자수성가한 사람은 ‘성공의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자신이 성공한 방법을 높게 평가한 나머지 다른 분야에도 똑같이 그 성공방식을 적용하려 하기 때문이지요. 내가 했던 대로, 나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다거나, 왜 나처럼 하지 못하느냐고 단선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의 말처럼 자신의 성공법칙이 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람, 상황, 조건이 달라지면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하는 법인데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전에 성공했다고 다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비록 전에는 성공했다고 해도 달라진 변화에 맞춰 자각과 성찰을 하고 통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그럴 때 실수를 줄일 수 있지요.
옛 사자성어에 '관중규표(管中窺豹)'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대롱으로 표범을 본다'는 뜻이지요. 좁은 관으로 표범을 본다면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표범의 얼룩점 하나 정도는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얼룩점은 표범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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