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알아두면 좋은 팁입니다.
첫째, 토론의 목적은 소통이라는 걸 잊지 말자는 겁니다. 토론대회의 목적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토론자들은 상대 토론자, 심사위원, 청중들과 교감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참가한 토론 팀들은 준비한 자료를 읽기에 바쁩니다. 전혀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죠. 물론 토론에서 내용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토론은 낭독이 아닙니다.
토론은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 둘 다 필요합니다. 토론 내용이 언어적 소통이라면 내용을 생생하게 만드는 건 비언어적 소통입니다. 즉 전달할 내용과 함께 얼굴 표정, 자세, 눈맞춤, 제스처, 목소리, 발음 등이 같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런데 참가 토론자들은 공책 또는 카드를 양손에 들고 읽습니다. 눈맞춤은 고사하고 제스처조차 사용하지 못합니다. 토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둘째, 토론자들은 3 ~ 4분 안에 자신들의 주장(또는 제안)을 표현해야 합니다. 충분한 시간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령이 필요합니다. 요령이란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3말법은 제가 권장하는 말하기 방법입니다. 한마디로 뼈대를 세운 뒤 말하는 겁니다.
먼저 본격적인 주장에 들어가기 전에 대강의 그림을 보여줍니다. 즉 ‘말할 것을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저는 사형제도 폐지에 찬성합니다. 그 이유를 세 가지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거죠. 두 번째는 앞에서 언급한 이유를 증거와 함께 하나씩 말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지금까지 주장한 내용을 요약하는 겁니다. 즉 ‘말한 것을 말하는’겁니다. 이 방법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즉 듣는 사람들을 편하게 해줍니다. 자연히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이번 대회에서도 3말법을 구사한 팀이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설득력이 높았습니다.
셋째, 반박(반론)은 토론의 꽃입니다.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런데 쉽지가 않죠. 이유가 뭘까요? 입론과 질의응답(또는 확인질문)에서 드러난 상대 팀의 문제점을 짚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회를 준비하면서 예상되는 논점과 대응할 논리를 마련합니다. 그러나 토론대회는 기대한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죠.
반박을 할 때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주장이 아니라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와 증거의 잘못된 점을 반박하는 겁니다. 그럴 때 제대로 반박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 원칙은 이유와 증거에 초점을 맞추면서 구체적인 자료, 데이터를 가지고 반박해야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반박은 뾰족한 연필 촉과 같습니다. 두루뭉술한 논리와 감성적인 반박은 힘이 약합니다.
세 번째 원칙은 반박은 창과 방패 둘 다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창은 상대의 주장, 논리의 허점을 날카롭게 찌를 때 쓰고, 방패는 상대가 반박해온 것에 대해 재반박할 때 씁니다. 대부분의 토론대회 참가자들은 창은 잘 사용하지만 방패는 잘 못 씁니다. 왜 그럴까요?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토론의 승패는 반박, 재반박에 이어 재재반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느 팀이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토론대회 주제, 즉 논제를 가슴에 품어야 합니다. 참가자들은 논제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논제가 나오게 된 배경과 필요성, 의미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쓴 방법, 과거의 사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찾아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토론주제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주제를 가슴에 품은 팀은 자연히 드러납니다. 고민의 흔적이 발표하는 말과 자료에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대회 출전을 또 하나의 스펙을 쌓는 일로 생각하는 팀들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토론대회는 경쟁의 무대입니다. 우열을 가려 우승자를 뽑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승자가 있으면 패배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 점을 들어 토론대회를 교육적이지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토론대회를 경쟁적 측면으로만 보는 건 옳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관점이 있을까요? 예컨대 균형 잡힌 사고력을 기르는 열린 장으로, 대회 주제를 가슴에 품고 공부하는 기회로 삼는 관점이 이겁니다. 그러면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걸 얻어가는 교육의 기회가 될 테니까요.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 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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