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 이누우에 마시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동네 과일가게 앞에 놓인 사과입니다.

사람들은 가게 앞을 지나치면서 사과를 바라봅니다. 그런데 사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저마다 다릅니다. 농부는 사과의 품질을 평가하고 화가는 사과의 근사한 빛깔에 빠져듭니다. 과일 가게 주인은 비싸게 팔 궁리를 하고 의사는 사과가 주는 유익함을 말합니다. 작곡가는 사과를 주제로 음악을 만들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아이들은 현장학습에 싸갈 과일을 떠올립니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익숙한 시선으로 사과를 바라봅니다. 사과는 이 점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해. 그러니까 백 명이 나를 보면, 나는 백 개의 사과가 되는 거야. 홍홍홍. 그래서 난 한 개지만 백 개인 사과야.”

우리는 흔하디흔한 이 사과 한 개에서 놀라운 경험을 합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체험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과에 대한 그들의 가치관을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은 사과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탁월한 토론자가 가져야 두 가지 자질을 생각해봅니다. 첫 번째는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열린 태도입니다. 지구상의 60억 인구 중 똑같은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비슷한 얼굴을 한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설혹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지금 다양성, 다원화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특징은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왜 너는 나하고 달라?’하고 물으면 원시인이 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환영을 받습니다. 좋은 토론자는 하나의 정답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난 사람입니다. 오히려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다 여러 개의 정답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열린 태도입니다.
 
토론자가 가져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은 균형적인 감각입니다. 균형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중간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여러 관점을 아우른다는 뜻이 더 맞을 겁니다. 다른 관점은 다른 결론을 만들어냅니다. 다른 결론은 다른 주장으로 나타납니다. 이럴 때 균형감각은 어느 주장은 취하고 어느 주장은 배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고르게 생각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의 이성교제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점을 무시하고 모두가 나쁘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은 폭력이 되고 싸움이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균형감각입니다. 이성교제가 좋은 점은 무엇이며, 나쁜 점은 무엇일까. 이성교제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양한 입장에서 생각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안 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토론자에게 왜 열린 태도와 균형감각이 필요한지 말씀드렸습니다. 강조하지만 이 자질은 중요합니다. 이것을 놓칠 때 토론은 말싸움이 됩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소수의 사람들은 차별과 고통을 당합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세상이 되는 거죠.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저는 토론은‘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될 때 토론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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