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입니다. 정부의 한 단체에서 주최하는 토론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토론 심사 때마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토론대회 참가자들이 준비한 성의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심사위원이 되면 심사평가 준비 모임에 꼭 참석합니다. 평가기준과 심사기준을 맞춰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의문이 나면 그 자리에서 묻습니다. 그래서 애매한 기준은 고치고 적절하지 않은 문구는 다듬습니다.


이렇게 준비하고 토론대회장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걸림돌이 있습니다. 다른 심사위원과 의견을 조정하는 일입니다. 쉽게 의견이 일치되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의 모 대회에서 이 일로 애를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함께 한 심사위원과 심사결과가 달랐던 겁니다. 어느 팀이 우세했느냐를 두고 한 시간 가량 토론을 벌였습니다. 심사기준을 토대로 찬반 토론자들의 논리, 표현력, 자세 등을 따졌습니다. 그렇게 하여 다음 라운드에 올라갈 팀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찬반 양 팀의 실력이 비슷하여 일어난 일입니다.


이렇듯 토론대회 심사는 어렵고 힘듭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참여한 대회에서는 쉽게 끝났습니다. 실력 차이가 난 데다 심사기준을 꼼꼼히 챙긴 덕분이었습니다.


토론 심사가 힘들긴 하지만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찬반으로 나눠 겨루는 모습은 흥미진진합니다. 주장과 논리가 팽팽하게 맞부딪칠 때는 불꽃이 튀기도 합니다. 2400여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말로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부끄럽다.”이 날 토론자들은 이 말을 실천했습니다. 말로서 자신을 넘어 비전까지 보여주었으니까요.


대회 본선은 토너먼트로 진행됩니다. 지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러다보니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합니다. 어떤 팀은 자신들이 준비한 걸 100퍼센트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런 팀만 있는 건 아니죠. 자신들의 실력을 반도 보여주지 못해 탈락하는 팀도 생깁니다. 그들만큼이나 바라보는 심사위원도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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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선거가 있었습니다. 각 정당의 후보들은 선거를 앞두고 TV토론을 벌였습니다. 다섯 명의 후보들은 일제히 자신이 왜 대통령에 되어야 하는지, 저마다 적임자라며 사자후를 토해냈습니다. 보셨나요?


이번 TV토론에서는 처음으로 스탠딩토론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스탠딩 토론은 말 그대로 토론 시간 내내 의자에 앉지 않고 선 채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겁니다. 자료를 보지 않고 토론 배틀을 벌이는 거죠. 대본 없는 토론을 통해 어떤 후보가 더 뛰어난지를 가려보고자 한 겁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질문과 대답이 오갈 걸 예상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누가 준비된 후보인가 확인하기도 어려웠고, 감동과 매너도 없었다는 평가입니다.


어떤 후보는 정책 얘기보다는 변명하기에 바빴고, 어떤 후보는 말을 함부로 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죠. 그중 몇몇 후보는 탁월한 토론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논리적인 주장을 하고 상대 후보가 제시한 정책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따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토론이 후보를 지지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토론을 잘 하면 지지율이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거죠. 물론 후보 간 지지율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전을 시킬 만한 정도는 아니었죠. 그렇다면 토론과 지지율은 별개의 문제일까요.


이렇게 된 요인은 우선 후보 간 1 1 토론이 아닌 점, 후보나 정당을 미리 정해놓고 토론하는 걸 보고 바꾸려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1 1 토론이었다면 어떠했을까요.


그렇다 해도 탁월한 토론실력을 보인 후보는 이득(?)을 보았습니다. 후보가 속한 정당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후원금도 쏟아져 들어왔다고 합니다. 토론을 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긍정적인 효과입니다.


링컨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입니다. 그런데 매번 선거에서 졌습니다. 그러나 처음이자 마지막인 대통령선거에는 이깁니다. 토론으로 대통령이 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뭘까요? 올바른 토론으로 국민을 설득한다면 언젠가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으로 저는 받아들입니다. 비록 이번에는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돌아오는 다음 선거에서 유리할 거라고 믿습니다. 국민은 그의 이름을 기억할 테니까요.


토론은 만능해결사는 아닙니다. 그러나 토론은 힘이 셉니다. 한국판 링컨 대통령은 나올 겁니다. 이번 TV토론은 그런 희망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겁니다.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 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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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흑인을 해방시킨 대통령은 누굴까요? 그렇습니다.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을 남깁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인용되는 위대한 연설입니다. 둘로 갈라진 미국을 하나의 미국으로 통합하는데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기 전의 링컨은 어땠을까요. 여전히 존경을 받았을까요.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미국 남부 특유의 사투리를 쓰는 데다 목소리도 가늘었던 링컨은 시골뜨기 변호사에 불과했습니다. 외모로 인해 그는 늘 놀림을 받았습니다. 193cm의 큰 키에 몸은 비쩍 마르고 촌스럽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못생긴 외모로 인해 고릴라라고 불렸습니다. 링컨의 반대파는 틈만 나면 그를 고릴라라고 부르며 조롱했습니다.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에드윈 스탠턴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놀리곤 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고릴라를 만나기 위하여 아프리카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 가면 링컨이라는 고릴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리노이 주는 링컨이 주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던 곳입니다. 주의회 의원은 지금으로 말하면 강원도의회 의원쯤 됩니다. 조롱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링컨과 매번 선거에서 맞붙었던 더글라스 상원의원은 링컨을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려고 도덕성과 함께 링컨의 약점인 외모를 문제 삼은 겁니다.


링컨 후보는 아주 교활하고 부도덕한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입니다.”


이런 비난을 받은 링컨은 어떻게 했을까요?

지금 더글러스 후보께서는 저에게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격에 맞지 않는 틀린 말입니다. 왜냐하면 유권자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만일 제가 또 하나의 얼굴을 가졌다면, 오늘같이 중요한 날에 잘 생긴 얼굴로 나올 것이지 왜 하필이면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겠습니까?”


재치 있는 반격은 이런 겁니다. 링컨의 말을 들은 청중들은 손뼉을 치며 웃어댔습니다. 링컨의 판정승입니다.

 

그런데 링컨 대통령은 선거에 운이 없었습니다. 매번 지고 맙니다. 주 의원 의장 선거, 상원의원 선거 등 열 번의 선거에서 일곱 번 낙선하니까요. 앞서 더글라스 상원의원과 맞붙었던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재치 있게 답변하여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고배를 마십니다.


그러나 링컨이 더글라스 의원과 벌인 토론은 중요한 의미를 띱니다. 링컨에게 행운을 안겨줍니다. 즉 이 일로 링컨은 대통령이 되니까요. 믿기지 않는다고요.그런데 사실입니다.


1858년의 일입니다. 링컨과 더글라스 의원은 일곱 차례 걸쳐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이를 링컨-더글러스 논쟁(Lincoln-Douglas debates)이라고 합니다. 후에 두 사람의 이름을 본따‘LD토론이란 형식이 생겨납니다. 당시 더글라스는 일리노이 주의 민주당 현직 상원의원이고, 링컨은 여기에 맞서는 공화당 후보입니다. 링컨이 더글라스에게 도전장을 낸 거죠.


두 사람이 벌인 토론 주제는 노예제도입니다. 시민들에게 매우 뜨거운 주제였습니다. 양측은 일곱 지역을 기차로 이동하며 순회 토론을 벌입니다. 링컨은 노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더글라스 의원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섭니다.


토론 방식은 첫 번째 후보자가 60분간 말하면, 이어 상대 후보자가 90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후보자가 30분 동안 말하는 순서로 이어집니다. 먼저 말하는 사람이 매번 바뀌는데, 더글라스 의원이 네 번 먼저 말할 기회를 얻습니다. 당시 신문들은 두 사람의 주장과 토론 내용을 그대로 지면에 실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뜨거웠던 거죠.


토론이 끝나고 곧이어 선거가 치러집니다. 앞서 말했듯이 승리는 민주당의 더글라스 의원이 차지합니다. 안타깝게도 링컨은 패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납니다. 비록 링컨은 상원의원 선거에서 졌지만 대통령선거에서는 승리를 거머쥡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선거가 끝난 후 링컨과 더글라스 두 사람이 토론한 내용이 편집되어 책으로 나옵니다. 이 책은 미국 전역으로 팔려나갑니다. 큰 인기를 얻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놀라운 일이 연속해서 일어납니다. 책의 인기에 힘입어 2년 뒤인 1860, 시카고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링컨은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됩니다.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링컨이 마침내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16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한마디로 토론 덕분에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겁니다. 토론이 대통령을 만든 거죠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 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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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임금의 토론 실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질문에서 나왔습니다. 세종은 질문에 능숙한 임금이었습니다. 아래의 예화는 그 점을 잘 보여주는데, 때는 세종 22(1440) 130일입니다. 제주도 안무사인 최해산이라는 신하가 제주에 용이 나타났다고 급히 보고를 합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정의현(旌義縣)에서 다섯 마리의 용이 한꺼번에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의 용이 도로 수풀 사이에 떨어져 오랫동안 빙빙 돌다가 뒤에 승천했습니다.”

 

이 보고를 받은 세종 임금은 깜짝 놀랍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건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임금은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최해산에게 즉시 명을 내려 자세히 보고하라고 이릅니다. 그런데 그 명령이 세밀하고, 구체적입니다. 한 번 볼까요.

 

용의 크고 작음과 모양과 빛깔과 다섯 마리 용의 형체를 분명히 살펴보았는가. 또 그 용의 전체를 보았는가, 그 머리나 꼬리를 보았는가, 다만 그 허리만 보았는가. 용이 승천할 때에 구름의 기운, 천둥과 번개가 있었는가. 용이 처음에 뛰쳐나온 곳이 물속인가, 수풀 사이인가, 들판인가. 하늘로 올라간 곳이 사람 사는 인가(人家)에서 얼마나 떨어졌는가. 구경하던 사람이 있던 곳과는 거리가 얼마나 되는가.

용 한 마리가 빙빙 돈 것이 오래 되었는가, 잠깐이었는가. 같은 시간에 바라다본 사람의 성명과, 용이 이처럼 하늘로 올라간 적이 그 전후에 또 있었는가와, 그 시간과 장소를 그 때에 본 사람에게 방문하여 아뢰도록 하라.”

 

임금은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붓습니다. 얼마나 용에 관해 관심이 많았으면 그랬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명을 받은 제주 안무사는 다시 조사하여 보고서를 올립니다. “시골 노인에게 물으니, 지나간 병진년 8월에 다섯 용이 바다 속에서 솟아 올라와 네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간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구름 안개가 자우룩하여 그 머리는 보지 못했습니다. 한 마리의 용은 해변에 떨어져 금물두(今勿頭)에서 농목악(弄木岳)까지 뭍으로 갔는데, 비바람이 거세게 일더니 역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라고 하면서 이것 외에는 전후에 용의 형체를 본 것이 없습니다라고 보고합니다.


세종의 질문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묻고 그 내용을 올린 겁니다. 구체적인 질문이 구체적인 대답이 되어 돌아온 겁니다.


세종은 일을 할 때 항상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신하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조선판 달력 칠정산, 훈민정음 등은 이러한 호기심어린 질문에서 탄생한 인류 최고의 걸작입니다. 왜 조선은 중국과 다른데 똑같은 달력을 써야 할까, 중국 한자와는 다른 우리만의 문자는 없을까. 이런 질문이 칠정산훈민정음을 만들게 한 힘이 된 겁니다.


토론은 질문에서 시작하고 질문으로 끝납니다. 세종은 질문으로 토론을 이끌었고, 토론을 통해 많은 업적을 세웁니다.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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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의 학교 수업에는 질문이 많습니다. 이들이 수업시간에 자주 하는 질문이마타호셰프입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뜻입니다. 여러분도 들어보았을 하브루타 토론은 질문에서 시작하여 질문을 끝납니다. 유태인이 노벨상을 휩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질문과 토론하는 습관, 이 두 가지가 그 비결이라는 겁니다.


역대 조선시대 임금 중에서 토론을 자주 한 임금은 누굴까요? 맞습니다, 세종대왕입니다. 그는 신하들로부터 이렇게 불리곤 했습니다. 토론을 즐기는 군주라고 말이죠. 얼마나 토론을 많이, 그리고 자주 했으면 이렇게 불렸을까요. 그에 대한 답은 세종실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종 임금이 왕의 자리에 막 올랐을 때입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대통령 취임식입니다. 그는 신하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신하들을 잘 모르니 의논하겠다고 말이죠. 신하들의 의견을 들어 정치를 하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소통과 협력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발표한 거죠.


이 같은 세종의 약속은 지켜졌을까요? 대답은 입니다. 임금의 자리 오른 순간부터 돌아가신 32년 동안 세종은 토론으로 나라를 다스립니다. 신하들의 의견을 듣고 나랏일에 반영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죠.


물론, 세종의 뜻에 반대하는 신하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멀리 하지 않았고 가까이 두고서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그들의 비판이 매서우면 매서울수록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었습니다. 세종의 신하 중에 황희 정승과 쌍벽을 이루던 신하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허조입니다. 쓴소리를 잘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죠.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를 닮았습니다. 그는 사사건건 세종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발목을 잡습니다.


그러나 세종은 허조가 반대할 때마다 귀담아들었습니다. 화가 날 만도 한 데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하다싶으면 딱 한 소리를 합니다. “허조는 고집불통이야하고 말이죠. 세종은 허조가 말한 문제점을 해결한 뒤 정책을 펴 나갔습니다. 많은 업적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신하들과 토론하고 상의하면서 문제를 풀어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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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질문을 안 하는 걸까요, 질문을 못하는 걸까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기자에 질문을 요청했을 때 침묵한 건 세계인에게 침묵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질문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질문이 돌발적인 행동이어서 갑자기 입이 얼어붙을 수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저는 학교에서 질문하는 훈련을 받지 않아서,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의 발표는 이 점을 보여줍니다. 3회 이하로 질문하는 학생이 10명 중 여섯 명이고, 갈수록 질문을 하지 않는 학생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겁니다. 왜 질문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초등학생들은 뭘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창피 당할까봐를 꼽았다는 겁니다. 중학교 2학년이 넘어서면 관심과 흥미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인을 알면 이미 답이 나온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뭘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질문을 못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수업 앞뒤로 질문 목록을 만드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그리고 좋은 질문을 학생 스스로 뽑아보도록 하는 거죠.


창피 당할까 봐질문 못하는 학생을 위해서는 선생님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어떤 질문이든 다 의미가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질문하는 학생에게 1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상을 주는 겁니다.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선생님에게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10분씩 질문을 준비하고 질문 시간을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질문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선생님도 좋아할 겁니다.  저는 이런 교사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선생님이 아닐까요.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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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하나

지난 20109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의 일입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 연설을 한 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겠다고 말합니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드리고 싶군요. 누구 없나요?”

침묵이 흐르자 오바마가 말합니다.

한국어로 질문하면 아마도 통역이 필요할 겁니다.”

청중이 웃음을 터뜨립니다. 한 기자가 손을 들자 오바마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그는 한국기자가 아니라 중국 기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저는 한국 기자에게 질문을 요청드렸어요라고 말하며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합니다. 그러자 중국 기자가 다시 묻습니다.

한국 기자들에게 제가 대신 질문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어떻겠느냐는 겁니다. 오바마는 그건 한국 기자들이 질문하고 싶은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는 아무도 없나요?”라고 두 차례 묻습니다. 침묵이 흐릅니다. 오바마는 난감한 듯 웃고는 결국 질문권을 중국 기자에게 건넵니다.

 

#풍경 둘

지난 223일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는 919세 학생 3429명을 대상으로 언어문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1주일 동안 질문을 3회 이하로 하는 학생이 과반인 58.4%에 달했습니다. 질문을 단 한 번도 안 하는 학생은 16.2%였습니다. 반대로 질문을 10회 이상 하는 학생은 18.3%였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침묵은 더 깊어졌는데, 초등학교 4학년에서 5.6%였던 질문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27.9%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우리는 침묵은 금이라고 배웠습니다. 정말로 침묵은 몇 백 몇 천의 말보다 귀할 때가 많습니다. 침묵이 더 많은 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때입니다.


그런데 배움의 현장인 교실에서는 어떨까요. 선생님과 학생이 침묵을 금처럼 여긴다면? 이럴 땐 침묵이 수업분위기를 무덤(?)으로 만듭니다.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수업이 재미없습니다. 답답하기는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 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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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우리들의 의견을 묻지도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어떨까요그 일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라면 말이에요. 속상하거나 불쾌하다고 해야 할까요안 된다고 말해야 할까요?


토론을 한다는 건 토론의 자리를 만든다는 겁니다. 토론을 자리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견이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입니다. 일종의 통로가 생기는 거죠. 그런데 통로가 막히면 어떻게 될까요. 


토론에는 찬성과 반대가 정해져 있습니다. 만약 반대 의견이 없다면 토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토론은 반대가 있기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어떤 문제를 가지고 논의할 때 찬성하는 입장도 들어보고 반대하는 주장도 들어봐야 합니다그 과정에서 서로 장단점을 공유하게 되고 비로소 균형 있는 최선의 아이디어를 찾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토론이 실종되었다면 어떨까요이러한 상식적인 과정이 생략되겠지요그렇게 되면 누구는 행복할지 모르지만 그 때문에 누구는 억울해 할 겁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릴 겁니다불행한 일이죠그래서 토론의 실종은 불행하고 죽은 사회가 되는 길입니다.


토론은 서로 나누는 일입니다. 이 나눔을 통해 최선을 찾는 방법입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잘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토론이 사라진동물농장』은 이 점을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토론다운 토론이 살아 있는 사회는 희망이 있습니다. 나와 우리이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니까요.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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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필요할까요.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이 물음에 대해 저는 대답 대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쓴동물농장입니다. 혹시 읽어 보셨나요? 이 책은 농장의 동물들이 인간을 몰아낸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풍자소설이죠. 여러 번 읽었지만 매번 흥미롭고 전하는 의미가 새로운 책입니다. 


때로는 소름이 돋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나폴레옹을 위시한 돼지들 때문입니다. 돼지의 우두머리인 나폴레옹은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농장에서 인간들을 몰아냅니다. 동물들은 자유로운 세상을 맞이한 것에 환호합니다인간들의 착취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이들은 억압을 받습니다. 나폴레옹 일당이 이들의 꿈을 산산이 깨버립니다. 나폴레옹이 인간들과 똑같이 동물들 위에 군림하기 시작한 겁니다. 성가신 라이벌을 쫓아내고, 법을 함부로 바꾸는 불의를 저지른 겁니다. 


이런 만행을 저지르기 전에 나폴레온 일당이 제일 먼저 한 일이 뭔지 아세요? 일요일 아침마다 열어온 동물들의 모임을 중지시킨 겁니다. 토론을 불허한 겁니다. 일요일 토론을 통해 중요 사항을 결정해왔는데, 이걸 하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토론은 불필요하고 시간만 낭비한다며 말이죠.


대신 나폴레온 일당은 일방적인 명령을 내립니다. 그리고 모든 회의는 비밀리에 붙이고 결정사항은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선언합니다. 당연히 동물들은 이 발표에 실망합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반대하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이 거느리는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사납게 노려보며 위협했던 겁니다. 이후 나폴레옹과 그 일당은 동물들에게 끝없는 충성과 복종을 강요합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공개 처형을 서슴치 않습니다. 


토론이 사라진 동물농장은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토론의 실종이 나폴레옹의 독재정치로 이어진 겁니다


만약 동물들이 (NO)' 라고 외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함부로 하진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동물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 됩니다. 누구의 책임일까요. 


김기섭(세종리더십연구가/김기섭토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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